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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김웅, 채용 청탁 거절하자 돈 요구”…취재진은 피해
뉴스종합| 2020-03-26 03:58
지난해 2월 조사를 받은 뒤 서울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는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손석희(64) JTBC 대표이사 사장이 과거 차량 접촉 사고 등을 기사화하겠다며 자신에게 채용과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리랜서 기자 김웅(50)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두 사람에 대해 “사죄한다”고 한 일명 ‘박사’ 조주빈(25)의 발언에 대해 손 사장은 취재진을 피했고, 김 씨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용근 판사는 25일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 대한 2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 씨는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손 사장에게 ‘2017년 차 사고를 기사화하겠다’, ‘폭행 혐의로 고소하겠다’며 채용과 2억4000만원의 금품을 요구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손 사장은 2018년 8월 김 씨를 처음 만나게 된 경위에 대해 “김 씨가 2017년 접촉사고 건을 언급하며 만나자고 연락해 왔다”며 “김 씨와 만난 자리에서 의혹을 해명했고, 대화 말미에 JTBC 채용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경력도 있고 능력도 있으니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의례적으로 답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 후 김씨가 ‘2018년 말까지 취업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해 왔다. 지난해 1월 10일 일식집에서 만났을 당시에도 이 같은 요구를 해 오길래 ‘어렵다’고 답하자 ‘선배님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 복수하겠다’며 화를 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손 사장은 “자리를 뜨려고 하는 김씨를 옆에 앉혀놓고 말리는 과정에서 어깨와 볼을 가볍게 쳤다. 그러자 김씨가 ‘이것은 폭행이다’고 주장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씨는 이후 만남에서도 채용을 요구하고, 폭행 사건을 형사 사건화하거나 이를 기사화하겠다며 변호사를 통해 2억4000만원을 요구해 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조사를 위해 서울 마포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는 프리랜서 기자 김웅 씨. [연합]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김 씨 측 변호인은 “당시 파출소를 나서는 김 씨를 쫓아가 ‘같이 일하자’고 말하고, 이후에도 채용 관련 제안을 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손 사장은 “폭행 고소가 들어가면 바로 기사화될 가능성이 컸고, 그럴 경우 입을 피해가 막대해 저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실제로 채용 절차를 밟진 않았다”고 답했다.

앞서 김 씨는 지난해 “손 사장이 연루된 교통사고 제보를 취재하던 중 손 사장이 기사화를 막고 나를 회유하려고 JTBC 기자직 채용을 제안했다. 제안을 거절하자 폭행했다”고 주장하며 손 사장을 폭행치상·협박·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손 사장을 폭행 등의 혐의로 지난달 약식기소하고 김씨는 정식 재판에 넘겼다. 손 사장에 대해 청구한 벌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은 이날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면서 손 사장과 김 씨의 이름을 언급했다.

지난 2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출석했던 프리랜서 기자 김웅(뒷줄 세 번째) 씨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을 피해 법원을 나서자, 취재진이 김 씨를 뒤따르고 있다. 박상현 기자/pooh@heraldcorp.com

이에 따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재판 2시간여 전부터 취재진이 법원 앞을 지켰다. 그러나 손 사장은 취재진을 피해 법원 청사 출입구가 아닌 지하 주차장을 통해 법원에 들어갔고, 재판이 끝난 뒤에도 차에 탄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김 씨도 이날 오후 3시23분께 법원에 모습을 나타냈지만, ‘조주빈과 어떤 관계인가’, ‘조주빈에게 1500만원을 보낸 게 맞느냐’, ‘어떤 정치인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안 받았는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재판이 끝나고 법정 앞에 모인 취재진이 조주빈과 관계를 재차 묻자 “나중에 이야기하겠다”고 답하며 오후 6시40분께 자리를 떴다.

김씨의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4월 10일 열릴 예정이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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