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성 압박 대기업들 마저 자금난
전환사채 등 고육책 동원 ‘돌려막기’
현대로템 창사이래 최초로 CB 발행
CJ CGV 국내 이어 해외영업망 ‘흔들’
코로나19 여파로 두산중공업이 정부로부터 1조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받으면서 시장에서는 단기 유동성 위기에 처한 유사 기업으로 위기 양상이 번져가고 있다. 회사채 발행 시장이 막히면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 마저도 자금난에 처하자 특수사채인 전환사채(CB)로 방향을 돌리는 모습 마저 나타나고 있다. 현대로템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24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으며, 금호전기는 2018년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을 위해 200억원의 CB를 발행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조달시장 악화로 돌아오는 단기 차입금과 회사채 등을 장기 부채로 돌리기 위한 고육책이 동원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유동성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전기는 지난 24일 유동성 확보를 위해 101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키로 했다. 금호전기는 마련된 자금으로 2018년 발행한 BW의 조기상환자금 200억원의 급한불을 끄기로 했다. 이미 금호전기의 체력은 크게 약화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는 492억원에 달한다. 유동자산 355억원을 136억원 초과하고 있다. 중국발 LED조명의 공급과잉으로 판매가격이 하락하면서 금호전기의 재무구조 또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41억76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3년 연속 적자에 빠졌다. 당기순손실도 332억3800만원이 발생해 지난 2015년(-564억원)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결국 감사를 진행한 삼정회계법인 측은 “자산과 부채가 정상적인 사업활동을 통해 회수되거나 상환되지 못할 위험이 있다”며 “재무적 유동성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로템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24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다. 현대로템은 이 자금으로 6월 돌아오는 단기어음 750억원과 회사채 1100억원의 상환에 대응한다. 그룹 계열사가 일반 회사채가 아닌 CB로 자금을 조달하는 건 극히 드문 경우다. 현대로템은 주력사업인 철도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이 2764억원에 달했다. 당기순손실도 3520억원을 기록해 전년도의 3000억원보다 확대됐다. 2017년 말 188%였던 부채비율은 작년 말 361%까지 증가해 재무안정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코로나19로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극장 영업에 타격을 입고 있는 CJ CGV도 상황이 심각하다. CJ CGV의 유동자산은 6770억원, 유동부채는 1조1200억원에 달한다. 오는 7월과 10, 11월에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CJ CGV는 특히 FI(재무적투자자)들과 함께 8000억원에 인수한 터키 영화관 1위 사업자 마르스엔터가 향후 기업의 존폐까지도 가를 변수로 지목된다. CJ CGV는 지난 26일에는 터키법인이 빌린 200억원의 자금에 대해 채무보증을 서기도 했다. 터키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17일부로 상영관 영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최근 군산 공장 가동 중단으로 구조조정까지 진행 중인 OCI는 지난해 7600억원에 달하는 군산 유형공장에 대한 손상 비용을 반영하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폴리실리콘 생산량 축소와 고정비 부담확대, 구조조정 비용 등으로 OCI는 올해도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 있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실장은 “코로나19의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대기업들 뿐만 아니라 항공운송과 영화상영, 호텔 관련 기업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이 라고 우려했다.
정순식·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