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마힌드라 철수설 고개…쌍용차 ‘상하이車’ 데자뷰
뉴스종합| 2020-04-06 10:40
쌍용차 평택공장 차체라인. [쌍용차 제공]

[헤럴드경제 정찬수 기자]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2300억원의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쌍용차는 경영쇄신 계획을 밝히며 사태를 수습에 나섰지만, 직접 투자 없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 10여 년 전 상하이차를 떠올리게 한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마힌드라는 쌍용차를 인수하며 제시한 5225억원은 지분 인수와 채무 변제에 쓰였다. 인수 때 빚을 100% 보존한 상하이차와 대비된다.

쌍용차로 이득을 취했다는 점은 상하이차와 닮았다. 800억원의 유상증자로 개발한 ‘티볼리’로 마힌드라는 2000억원 이상의 개발 비용을 아꼈다. 이 플랫폼은 마힌드라의 XUV300의 뼈대가 됐다. 금형 개발에 대한 적정한 대가를 지불했다는 당시 마힌드라의 주장엔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마힌드라의 미래 전략이 포드와 설립한 SUV 합작법인에 쏠려 있다는 점도 쌍용차의 입지를 좁히는 요소다. 마힌드라는 SUV 신차를 포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포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쌍용차 판매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현실화되지 않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에 한화 약 6000억원을 투자하고 폭스바겐의 자율주행 부문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광폭 행보를 보인 포드의 기술력을 마힌드라가 대폭 수용할 것”이라며 “플랫폼 개발에 치중했던 쌍용차와 연결 고리가 약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힌드라가 밝힌 지원 철회 이유도 석연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판매량 급감을 내세웠지만, 일각에선 산업은행을 압박하기 위한 최후통첩이란 분석도 나온다. 추가적인 자금을 들이지 않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마힌드라의 과거 이력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마힌드라는 1995년 포드와, 2005년 르노와 합작한 이후 모델명을 바꿔 자국에서 판매한 전력이 있다. 당시 한 외신은 이에 대해 “기술력, 노하우, 기획력을 합작사에서 흡수했지만, 합작사는 엄청난 손실을 기록했다”며 기술 먹튀 의혹을 제시했다. 지원이 없으면 쌍용차는 생사 기로에 직면하게 된다. 실제 12분기 연속 영업손실로 누적 적자만 4113억원에 달한다. 산업은행 대출금 900억원의 만기는 오는 7월이다. 보유 지분이 없는 산업은행의 적극적인 투자도 기대할 수 없다.

2009년 이후 최대 위기는 물론 대규모 구조조정과 가동률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간 마힌드라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쌍용차 노동조합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데다 수익 구조가 취약하다는 것이 문제”라며 “(마힌드라 철수 이후) 추가적인 인수 합병이나 재매각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쌍용차 평택공장 전경. [쌍용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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