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1~3학년 143만 온라인개학
전국 542만 동시접속 대혼란 예고
부모 등 도움 없이는 수강 불가능
“누구를 위한 수업이냐” 비난 비등
“문제 생기면 보완해 나갈 것”
교육부는 원격수업 강행 고수
수업일수 채우기 연연 피해 외면
보육·학습돌봄 공백 부모들 한숨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7일 오전 세종시 다정동 한결초등학교를 방문해 온라인 수업을 참관하며 모니터를 통해 아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
전국 초등학교 1~3학년을 뺀 초·중·고등학생 398만여명이 일제히 원격수업을 시작한 16일에도 시스템 오류 등의 문제가 지속됨에 따라 오는 20일 전국의 초·중·고생 약 542만명이 모두 원격수업에 참여할 경우 대혼란이 예고된다. 더욱이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은 부모나 조부모 도움 없이는 원격수업 및 과제 수행이 어려워 사실상 ‘엄마개학’ ‘할머니개학’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당분간 문제가 생기면 보완해가는 식으로 원격수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혀 ‘과연 누구를 위한 원격수업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전국의 초등학교 1~3학년은 지난해 기준 약 143만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에는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생 542만여명이 일제히 원격수업을 시작한다.
문제는 원격수업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교육 당국이 제공한 원격수업 플랫폼(학습관리시스템·LMS)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가 계속 접속 오류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EBS와 KERIS는 “국소적이거나 간헐적인 지연 현상이 나타났을 뿐, 전체적으로는 원활한 학습이 이뤄졌다”며 “일본 등 외신에서 취재를 올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을 했다고 본다”고 자평했지만 접속 지연을 호소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잇따랐다.
교육부는 “학생과 교사들이 서비스 활용에 무리가 없도록 고쳐나가겠다”며 “접속이 안 돼 출석 체크를 못했다면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로 대체하고, 수업을 못했다면 7일 이내 강의를 수강하거나 과제를 수행하도록 안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이 느끼는 불편은 매우 심각하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접속 오류로 며칠간 종일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니, 시간만 낭비되고 피로하다”며 “언제까지 원격수업을 들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사실상 ‘엄마개학’ ‘할머니개학’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학부모 이모 씨는 “16일 원격수업 때문에 휴가를 내고 오전 6시부터 사이트에 접속해 대기했지만 결국 원격수업도 못하고 e-메일로 과제를 받았다”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초등학생 원격수업은 사실상 엄마개학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 학부모 김모 씨는 “학교에서 교과서와 학습꾸러미 등을 받아보니 시간표대로 EBS 방송 틀어주고 이야기를 나눈 뒤 꾸러미에 있는 과제를 시간대별로 다 챙겨줘야 하더라”며 “마지못해 학교에 긴급돌봄을 신청했는데 인원이 많아서 추가로 받지 못한다고 하니, 맞벌이부부는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수업일 수 채우기에만 급급해 철저한 준비 없이 원격수업을 강행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맞벌이부부 조모 씨는 “접속은 안 되고 과제는 많고, 결국 종일 부모나 조부모가 매달려 챙겨줘야 하는 것이 지금 하고 있는 원격수업”이라며 “원격수업 시행에 따라 손해를 보는 학생과 학부모 등의 고통을 외면한 채 수업일 수 채우기에만 급급한 교육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곳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장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