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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낮은 여행업, 1만개 여행사…팬데믹發 업계재편 시작되나
뉴스종합| 2020-05-10 11:57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일본 자연재해와 한일 정치적 갈등, 코로나19 등으로 업황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행사들이 수년 내 대형사 위주 흡수통합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1만여 개에 달하는 여행사 중 절반 이상이 지원금을 받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거나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 1월 20일부터 이달 4일까지 폐업한 여행사 수는 283개로 집계됐다.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여행사는 5500개가 넘는다. 여행업 진입장벽이 다른 국가 대비 낮은 우리나라는 여행사가 1만여 곳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이 지원금을 받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코로나19로 여행산업 재편이 보다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 지급 기간은 최대 6개월. 3월부터 지원금 신청이 본격화했기 때문에, 지원금이 끊길 9월 이후로는 더 많은 영세사업자가 파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에 맞물려 해외여행수요가 회복된다면 좋겠으나, 올해는 이례적으로 학교 개학이 늦춰지며 3분기 패키지, 가족 단체수요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결국 '매출 제로' 상황을 누가 오래 견뎌낼 수 있을까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지난해 말 회사별 현금여력과 고정비, 올해부터 시작한 인건비 삭감과 구조조정 등 비용통제 노력 등을 분석한 결과, 상장 여행사 5개사가 매출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최소 1년 반에서 평균 2년 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버틸 수 있는 시기로만 보면, 1등 여행사인 하나투어가 가장 짧다. 단기간 활용할 있는 자금은 절대금액 기준으로는 가장 크지만, 사업 확장에 따라 함께 커진 고정비 부담이 상당하다. 상대적으로 여행 본업에 집중해왔던 모두투어는 2021년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도 거의 없는 수준이라 10개 분기 이상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의외로 중형 여행사들의 생존 역량이 높게 나타났다. 참좋은여행과 세중은 '제로 매출' 상태에서도 약 3년을 버틸 수 있다. 참좋은여행은 유럽 상품 중심의 판매를 강화하며 고마진 전략을 지향해 왔고, 세중도 기업간거래(B2B) 출장수요로 고마진 수혜를 봤다.

지인해 연구원은 "이들 여행사가 버틸 수 있는 기간 내에 해외여행 수요만 회복되면, 패키지여행 시장이 정체돼 있다 할지라도 시장점유율 상승과 규모의 경제 시현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이 나타날 수 있다"며 "최악인 업황에서 버티는 자가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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