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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도와줘”…AI스피커, ‘착한IT’ 이끈다
뉴스종합| 2020-05-20 11:43

SK텔레콤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NUGU)'를 사용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아리아, 임영웅 트로트 틀어줘"

#. 독거노인 70대 할머니 A씨는 코로나19로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늘었다. 그나마 찾던 동네 노인정도 문을 닫아 동네 이웃들과의 만남도 뜸해졌다. 하루종일 집에 머무는 할머니의 유일한 말동무는 인공지능(AI) 스피커다. AI를 통해 요즘 인기있는 트로트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이 할머니의 큰 즐거움이다. 할머니는 "요즘 사람을 거의 못보고 사는데, 그나마 스피커랑 대화하면서 적적함을 달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른바 '코로나블루(우울증)'가 심화된 가운데, 인공지능(AI) 스피커가 독거노인의 정서치료와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안전망· 복지에도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됐다. 이른바 '착한IT'가 통신업계 전반의 화두가 됐다. 기술 진화를 넘어 기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중요성도 갈수록 커진다.

▶AI, '마음의 병'도 치료=20일 SK텔레콤과 바른ICT연구소은 '인공지능 돌봄' 1년을 맞아, 실제 효과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는 AI 스피커를 통해 독거 노인의 안전, 복지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현재 전국 14개 지자체 약 3100가구에서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올해 6000가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독거 노인 670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행복감' 지수가 AI 스피커를 이용하기 전 12.57점에서 이용 후 13.48점으로 7% 상승했다. 반면 '고독감' 지수는 2.53점에서 2.41점으로 4% 줄어, 정서 안정에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AI 스피커의 주요 기능 중 '음악감상'에 사용하는 비중은 95.1%다. 정보검색(83.9%), 감성대화(64.4%), 라디오청취(43.9%)가 뒤를 이었다.

AI 스피커를 '매일 사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3.6%였으며, 일주일에 3회 이상 사용하는 비중은 95%다.

김범수 바른ICT연구소장은 "조사 대상 어르신 중 22.6%는 가족과 연락이 단절된 상태였다"며 "인공지능 돌봄’이 어르신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 가족 공백을 메꾸고 고독감을 감소시켜 궁극적으로 어르신들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긴급 구조에 활용…치매예방 효과도= '긴급 구조'를 통해 '사회 안전망'으로서 역할도 한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AI스피커를 통해 '긴급 SOS'를 호출한 건수는 328건이다. 그 중 호흡 곤란, 고혈압 등 119 출동이 필요한 상황으로 확인돼 실제 구조로 이어진 건수는 23건이었다.

AI 스피커 '긴급 구조' 기능은 독거 노인이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긴급 SOS"를 외치면 이를 위급상황으로 인지하고 담당 케어 매니저, ADT캡스에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이다.

AI 스피커의 '치매 예방' 기능은 의학적으로도 확인됐다. SK텔레콤은 AI스피커를 통해 '두뇌톡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AI 스피커와 대화하며 퀴즈를 푸는 서비스다.

서울대 의과대학 이준영 교수 연구팀은 “'두뇌톡톡'을 8주간 매주 5일씩 꾸준히 이용한 경우, 장기 기억력, 주의력, 집중력이 향상되고 언어 유창성이 증진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2년 정도 치매 발현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해당 연구팀은 관련 연구 결과를 해외 의학 저널(JMIR mHealth and uHealth)에도 투고한 상태다. 상세 내용은 6월 중 발표된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인공지능 돌봄은 기업이 ICT 기술을 활용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 5G 시대 맞춤형 ‘인공지능 돌봄’ 고도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우리 사회의 초고령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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