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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SW검증’ 슈어소프트테크…‘무결점 혁신’ 정조준[테크다윗]
뉴스종합| 2020-05-20 17:17
배현섭 슈어소프트테크 대표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자동차, 항공기, 에너지 분야에 적용된 소프트웨어가 오류를 일으킨다면 최악의 경우 인명피해, 경제손실 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집니다. 세상이 점점 소프트웨어로 제어되면서 정확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배현섭〈사진〉 슈어소프트테크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 검증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기반으로 급변하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설립된 슈어소프트테크는 국내 최초 ‘소프트웨어 검증’ 전문 기업이다. 2000년대 초반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션 크리티컬 소프트웨어(Mission Critical SW)’ 검증 시장이 이미 정착된 것과 달리, 국내서는 개념조차 없었다. 슈어소프트테크는 국내에서 이 분야 개척자인 셈이다.

미션 크리티컬 소프트웨어는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지속 적용돼야 하는 필수 소프트웨어를 가리킨다. 자동차 동력전달장치, 항공기 운항장치 등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가 대표적 예다.

배 대표는 1990년대 말 KAIST에서 국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이 분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형 데이터베이스, 서버, 주전산기 등을 만들면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검증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했는데 국내에 이런 기술이 없어 해외서 가져와 대입했다”며 “국내에 소프트웨어 검증 기술이 없어 직접 개발하겠다는 생각에 지금의 기업을 세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 대표가 슈어소프트테크를 설립한 초기만 해도 소프트웨어 검증에 대한 시장의 인지도와 수요 모두 거의 전무했다. 기업들이 해외서 구입한 소프트웨어를 굳이 국내 스타트업에 맡겨 검증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분야만 하더라도 보쉬, 콘티넨탈, 델파이 등의 글로벌 기업 의존도가 높아 국내 신생 기업이 새로운 수익모델로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매우 좁았다”고 말했다.

배현섭 슈어소프트테크 대표 [이상섭 기자]

하지만 배 대표는 소프트웨어 품질을 자동으로 검증하는 솔루션 개발에 집중했다. 정부 프로젝트와 벤처캐피털 투자로 기업 경영을 유지하다 설립 후 7년 만에 독자 솔루션 개발에 성공했다. 기회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왔다. 배 대표는 “첫 독자 솔루션이 완성된 시기 아이폰이 등장하고 도요타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서 소프트웨어 중요성이 커졌다”며 “이를 통해 국내서 소프트웨어 품질 검증 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슈어소프트테크가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 검증 사업을 펼친 것은 2010년부터다. 설립 8년 만이었다. 고객사로 포문을 연 곳은 현대차였다. 배 대표는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모터컨트롤러, 배터리관리시스템 등 전에 없던 소프트웨어를 도입했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자사 솔루션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현재 슈어소프트테크의 최대 고객사다. 현대차와 관련 부품사를 비롯해 자동차 업종이 슈어소프트테크 매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모터제어기, 전력변환기 등 관련 기술이 현대차 전기차 전 차종에 도입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정명추돌경고(FCW), 고속주행보조(HDA) 관련 기능이 슈어소프트테크 기술로 검증되고 있다.

자동차 분야 소프트웨어 검증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중국에서도 슈어소프트테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국자동차공학연구소(CAERI)는 슈어소프트테크와 공식 협약을 맺고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슈어소프트테크 시험 검증 기술을 도입키로 했다. 중국 최대 자동차 기업 지리자동차 등이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면서 자동차 소프트웨어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다.

자동차 외에 슈어소프트테크 매출은 스마트그리드 및 송배전 등 에너지 분야 20%, 무기체계 소프트웨어 등 국방 20%, 철도 및 선박(자율운항선박) 등에서 10% 등을 기록 중이다.

슈어소프트테크는 향후 로봇, 드론, 의료 분야로도 업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모두 소프트웨어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분야다.

기술 고도화를 위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도입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배 대표는 “자율주행 시험만 하더라도 모든 검증을 실제 도로에서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주52시간 제도로 인력 투입에도 제한이 따라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할 수 있는 AI 기술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차 빅데이터 전문기업 브레인브릿지를 100% 흡수합병했다. 한국전력과는 조인트벤처(슈어소프트테크 지분 75%) ‘슈어데이터랩’도 세웠다.

슈어데이터랩 설립 취지는 독거노인 고독사 방지다. 독거노인이 가정에서 쓰는 전력량을 분석해 위급 상황을 예측한다. 밥솥 전력량이 급감하면 관할 지자체에 긴급 출동하도록 알림을 보낸다. 사회공헌 목적이지만 궁극적으로 슈어소프트테크가 전력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배 대표는 “세상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는 AI와 빅데이터로 향상되고 있다”며 “AI기술과 전기차·전력 빅데이터 경쟁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경제 시장이 확산되면서 모빌리티 분야 진출도 본격 시작했다. 슈어소프트테크는 지난해 개방형 모빌리티 플랫폼 슈어모빌리티를 설립했다. 첫 분야는 킥보드 등 퍼스널모빌리티다. 배 대표는 “킥보드 공급자가 곧 사용자가 되는 모델을 준비 중”이라며 “대표적으로 대리기사들이 킥보드 1대씩 출자해 플랫폼에 참여한다면 차량 콜이 왔을 때 킥보드를 통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슈어소프트테크가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이유는 튼튼한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71억7000만원과 55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3%, 69%씩 성장했다. 2014년 흑자전환에 본격 성공한 뒤 지난해까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미국 등 해외 지사에서도 지난해 처음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지난해 해외 지사 매출은 17억원 수준으로 올해 30~35억원까지 예상된다. 배 대표는 3년내 전체 매출 5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 목표를 세웠다.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비중도 총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신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슈어소프트테크는 기업공개 계획도 세우고 있다. 배 대표는 “3년 내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슈어소프트테크는 국내 주력 산업과 소프트웨어 간 결합이 가속화될수록 더욱 많은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배 대표는 “차별화된 혁신을 위해서는 자동차, 전력, 조선, 화학, 철강 등이 빅데이터, AI 등의 소프트웨어로 융합돼야 한다”며 “국내 최초 소프트웨어 검증 전문 기업으로서 무결점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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