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헤럴드시사] 김종인 체제의 성공 요건
뉴스종합| 2020-05-27 11:31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출범이 확정됐다.

김종인 내정자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의 계획의 일부는 대충 짐작이 간다. 아마도 그의 첫 번째 과제는 기존의 통합당 이미지를 확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시절부터 보자면, 당의 존립을 위협받는 상황이 몇 번 있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이른바 ‘차떼기 사건’이었을 것이다. 차떼기 사건이란, 2002년 대선 당시 양당 대선캠프가 대기업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던 사건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한나라당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약 150억 원이 담긴 차량(트럭·승합차)의 키를 넘겨받은 뒤 이를 차량째 가져갔는데, 이를 두고 차떼기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이런 오명을 벗고자 당시 박근혜 대표는 당사를 팔고 천막에서 당무를 집행했다. 이를 두고 ‘쇼’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당시 한나라당의 절박한 의지를 극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가 많았고, 천막당사를 통해 ‘차떼기’라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희석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금은 ‘차떼기’와 같은 불명예스러운 닉네임이 붙어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통합당이 처한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는 차원에서는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천막당사 얘기를 꺼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종인 내정자는 과거 박근혜 대표 시절의 천막당사처럼 국민에게 자신들의 뼈를 깎고 있다는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미지 개선 작업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작업들을 위해서는 홍보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 이미지 개선 작업에 관한 전권을 줄 필요가 있다.

이런 이미지 개선 작업에 성공하기 위해서 할 일이 또 있다.

바로 당내 극단적 목소리를 잠재우는 일이다. 이런 ‘극단적 목소리 관리’는 김종인 내정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김종인 내정자가 이런 일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그 이후에야 비로소 대선을 위한 준비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다. 대선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경선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선 당내 계파에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경선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개인적 삶의 스토리가 있는 인물들이 경선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새 한창 유행인 ‘미스터 트롯’도, 출연진의 음악 실력과 그들 개인의 스토리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낸 열풍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후보자 개개인 삶의 스토리와 예측을 뒤엎는 경선 결과는 경선에 대한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극적 요소라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경선 기간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간이 길다고 주목을 더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방송의 문외한들은 방송 시간을 늘리면 시청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틀린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방송 시간을 늘리면 오히려 시청률이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시간이 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잘 나온다면, 이는 대단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만하다. 경선 기간도 마찬가지다. 경선 기간이 길면 그만큼 언론의 주목도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긴 경선에서 기인하는 피곤함이 발생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김종인 내정자의 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과거와 같은 주먹구구식 정치에서 탈피해 면밀한 계산과 계획에 의한 당 체질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종인 내정자의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치밀한지를 바라보는 것도, 지금 정치판의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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