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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띄운 통합당, ‘보수우파’ 탈피 시동…이념전쟁 막 내릴까
뉴스종합| 2020-05-28 09:51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자택에서 출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일반적인 변화가 아닌, 엄청난 변화만이 대선 승리의 길이다.”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우면서 ‘보수우파’ 탈피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기본소득 담론을 인정하는 등 당의 정책 노선을 대(大)전환, 낡은 보수 이념을 버리고 합리적인 ‘실용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조직위원장회의 비공개 특강에서 “국민은 더는 이념에 반응하지 않는다”며 “보수냐 진보냐 이념으로 나누지 말자”고 강조했다. “더 이상 ‘보수’, ‘자유우파’라는 말을 강조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그동안 통합당은 냉전·반공주의에 근간을 두고, 시장경제 원리를 주창하는 시장자유주의를 지향해왔다. 그러나 탈이념 시대에 들어서면서 극단적 이념논리에 따른 정쟁은 오히려 정치혐오와 비호감 이미지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시대가 바뀐 만큼, 당의 정강·정책 등에서부터 시대정신에 맞게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좌우를 넘나드는 다양한 경제·사회·복지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거론되는 것만도 기본소득제, 전 국민 고용보험제 등 ‘진보적’ 정책들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경제민주화처럼 새로운 것을 내놓더라도 놀라지 말라”며 “정책 개발만이 살 길이다. 깜짝 놀랄 만하게 정책 개발 기능을 되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른바 ‘태극기부대’, ‘아스팔트 우파’ 등으로 지칭되는 극우세력과의 결별도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통합당은 이들이 ‘콘크리트 지지층’이란 점에서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를 이어왔다. 그러나 4·15 총선 참패 전후로 ‘극우와의 단절’을 요구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태다.

서울 송파병에 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 역시 “극우 강경세력이 아닌 합리적이고 균형감각있고 품격있는 온건보수, 중도보수의 노선과 태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대적인 정책 노선 수정에 따른 당 안팎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미래통합당 홈페이지는 보수이념을 중시하는 지지층의 항의글이 쏟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 역시 이를 염두에 둔 듯 “내부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비난하지 말라”는 취지의 당부를 내놨다.

통합당은 전날 전국위원회에서 ‘김종인 비대위’ 임기를 연장, 본격적인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켰다. 김 위원장은 내달 1일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당무에 돌입한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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