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인생의 길을 잃고 방황할 때 마추픽추에 가라” ‘안녕, 잉카’
라이프| 2020-06-04 11:42
‘안녕, 잉카’(김희곤 지음, 효형출판)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잉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돌과 산, 밀림과 야마만 떠오르는가. 그건 잉카에 대한 편견이다.스페인 건축 전문가가 직접 600년 전 잉카인이 걸었던 그 길로, 하늘 속 도시를 탐험한다.

한국인은 많이 찾지 않는 정통 잉카 트레킹 코스에 남아있는 잉카 석공의 혼을 쫓아 저자인 김희곤 작가가 안데스를 누볐다. 건축과 문명 탐사, 여행서의 매력을 담고 있는 ‘안녕, 잉카’.

tvN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꽃보다 청춘’ 페루 편에 나와 많은 주목을 받은 잉카 문명. 그러나 대다수의 한국인 여행자들은 아쉽게도 쿠스코 인근의 유적만 보거나 마추픽추를 주마간산으로 둘러보고 떠난다. 초케키라우 트레킹이나 마추픽추 정통 잉카 트레킹의 역사적인 의미와 신비를 알지 못한 채 말이다.이 책은 안데스의 콘도르, 잉카 문명에 대해 발로 쓰고 가슴으로 담은 탐사기다. 15세기 불꽃처럼 나타나 60여년 만에 숱한 유산을 남기고 사라진 잉카. 미스터리한 그 문명의 중심인 쿠스코부터 문화를 꽃피게 해줬던 곡창 지대, 그리고 밀림 속 요새들을 저자가 걷고 남긴 기록이다.

그렇다고 고루한 문명 답사기는 아니다. 건축물만 줄줄 나열하거나, 개인적 감상만 풀어내지도 않았다. 건축가로서 벽돌 한 장 한 장 테라스가 갖는 의미 등을 친근하고 신비하게 풀어내는 글맛이 맛깔나다. 자연스레 독자에게 교양의 깊이를 늘려준다. 거친 숨과 함께 써내려간 글과 이어지는 카미노 안데스는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저자는 직접 오감을 동원해 한땀 한땀 써내려간 글과 잉카 건축 스케치, 생생한 사진으로 독자의 상상 너머 잉카와 마추픽추, 안데스의 밑그림을 더해준다. 때로는 감수성 넘치는 에세이스트로, 한편으로 통찰력 있는 예리한 건축 탐사가로, 긴장감을 이어간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지구 반대편 잉카와의 만남은 누구에게나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자 미래의 창문을 여는 통찰의 시간이다. 안데스에 남은 잉카의 유산은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상상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묻는다.

흔히들 ‘인생의 길을 잃고 방황할 때 마추픽추에 가라’고 한다. 마추픽추에 오르면 인간이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돌의 신전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위대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책을 읽고 난다면 마추픽추와 잉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전혀 예상치 못한 세상과 맞닥뜨린 독자들에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한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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