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바로보기] 굿바이!! 아베노믹스
뉴스종합| 2020-06-12 11:43

올해로 출범 8년 차를 맞은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효력이 다했음을 보여주는 경제지표들이 늘고 있다. 일본의 완전 실업률(4월 기준)은 2.6%를 기록, 2017년 12월 이후 가장 높다. 취업자 감소자 수는 80만명에 달하고, 실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3만명 많은 189만명으로 급증했다. 고용시장 개선을 내세워 일본경제 회복을 강조해온 아베정권이 코로나발 대량 실업으로 흔들리고 있다.

경제성장률, 국민소득, 물가가 당초 목표치에 미달하고 있으나 일자리 호황 덕에 아베노믹스는 어느 정도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아베노믹스 최후의 보루인 일자리마저 무너뜨린 뼈아픈 악재가 된 것이다. 코로나가 터지지 않았다면, 7월 예정됐던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서 벗어난 일본경제의 ‘부활’ 선언을 했을 것이다.

아베 총리가 취임한 2012년 말, 일본경제는 20여년의 장기 침체에다 대지진까지 겹쳐 이류, 삼류 국가로 떨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1년도 임기를 못 채우는 단명 총리들이 잇따라 국민 사이에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보수 우익의 맥을 잇는 아베가 집권하고, 아베노믹스가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이다.

아베노믹스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집권 자민당 파벌정치의 산물인 동시에 정치인 아베의 국정 방향이 담겨 있다. 아베정권 출범 당시 주역은 정치 명문가 출신인 아베 신조, 아소 다로 부총리와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전 경제산업상) 3인이다. 아베 총리는 경제를 살려 국제사회에서 존재감 있는 ‘정치·군사 대국’을 만들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흔히 세 개의 화살로 알려진 아베노믹스의 골자는 대담한 금융완화, 기동적인 재정정책, 민간투자 유도를 통한 성장 정책이다. 첫 번째 화살은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 대기업들의 수익성을 높이자는 전략이다. 실제로 도요타자동차, 소니 등 대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증시도 많이 올랐다. 하지만, 코로나 발생 이후 경쟁국들이 경제난 타개를 위해 엄청난 돈을 풀고,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아베노믹스는 추진동력을 잃었다. 올 1분기 일본경제 성장률은 -3.4%로 떨어졌다. 중국 -33.8%, 미국 -4.8%, 한국 -5.5%도 역성장하긴 했다.(연율 환산, 이코노미스트 자료)

아베정권의 누수 현상을 보여주는 사건도 터져 나온다. 구로카와 히로무 전 도쿄고검 검사장의 ‘마작 스캔들’은 국민의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아베총리 지지율은 집권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30% 선까지 떨어졌다. 이달 초 보수 성향 산케이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내각 지지율은 36.4%였다. 마이니치신문과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각각 27%, 29%로 추락했다.

아베총리가 언제까지 권좌를 지킬까. 6월 현재 차기 총리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아베의 정치적 라이벌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앞서간다. 포스트 아베노믹스 시대에도 자민당 내 세습 정치인들이 다시 총리가 될지, 코로나 사태 수습 과정에서 떠오른 지방자치단체장 등 새 인물이 일본의 미래를 이끌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