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져
항구, 그 이상의 목포…‘2020년형 바캉스의 ABC’
라이프| 2020-08-04 11:38
달리도 건너편 북항에서 유달산을 거쳐 충무공이 마지막 해전을 준비하던 고하도까지 국내 최장 목포해상케이블카는 남도의 대표 랜드마크가 됐다.
목포바다옆 유달산 꼭대기 ‘엄지 척!’의 상징 1등바위
영화 ‘1987’이 촬영되면서 전국의 청춘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연희네슈퍼’가 있는 서산동.

목포는 항구다. 2020년 대한민국 4대 국제관광거점, ‘비욘드(Beyond) 항구’다. 목포의 눈물은 희망이 되고, 한숨은 발전의 긍정에너지가 되었다.

어렵던 시절, 목포의 ‘산소 같은 여자’, ‘흥 제조기’였던 목원동의 억척 물장수 ‘옥단이’는 고난을 이겨내는 도시의 상징이 되어 국제 퍼포먼스의 국가대표가 됐고, 조선산업의 기틀을 닦던 매화나루터(째보선창) 옆 온금동(다순구미)에는 문화예술타운 건설이 한창이다.

온금동 옆 서산동은 현대사를 바꾼 민주화운동 영화 ‘1987’의 촬영지인데, 전국의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재잘거리며 노는 곳이 됐다.

▶엄지척 1등바위와 K팝한류의 산실 삼학도= 목포바다옆 유달산 꼭대기 ‘엄지 척!’의 상징 1등바위와 임진왜란 승리의 상징 노적봉은 남도의 관문을 굳건히 지켰고, 21세기엔 국내 최장 해상케이블카라는 온국민 놀이기구까지 장착해 활기가 넘친다.

삼학도에 잠든 이난영은 K팝 한류의 원조이자 목포의 대표아이콘이다. 칸소네풍-파두 창법을 한국전통음악과 접목한 K팝 연구개발자, 한일 순회공연을 위한 연합 걸그룹 유닛 ‘저고리 시스터즈’ 리더, 자신이 기획자로서 미국에 진출시킨 ‘킴 시스터즈’의 산파인 이난영은 국민가요 ‘목포의 눈물’이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로 승화된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유달산-입암산 거리두기 트레일, 삼학도~갓바위 문화예술 힐링, 밤 포차와 크루즈, 분수쇼 등 더위를 몰아내는 야경피서 등 목포여행은 ‘2020년형 대한민국 바캉스의 ABC’를 다 갖췄다.

▶현지인들의 즐겨찾기 입암산-갓바위 트레킹=아침은 해발 122m의 친구같은 동산, 입암산 산책으로 시작한다. 갓바위~삼학도 구간 목포 문화예술 타운을 내려다 본다. 갓바위가 종점인 입암산 산책길은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춤추는 분수쇼가 벌어지는 평화광장 한켠에서 등산을 시작하면 갓바위 하산까지 1시간 정도면 된다.

초입에서 가파르게 5분가량 오른 다음에는 평탄한 능선산책길이 완만하게 이어진다. 좌우의 나무가 자연스럽게 만든 터널을 지나면서 언듯언듯 푸른 바다가 보이고, 야외헬스장, 숲생태 교육장, 바위전망대, 생태터널을 차례로 만난다. 바위산이기 때문에 길이 끊긴 곳을 밧줄타기, 나무데크 등으로 이었다. 가파른 곳에 놓인 거대한 돌은 사람 엉덩이가 쏙 들어갈 정도의 오목굴곡을 만들어 쉬게 한다. 입암산에는 건강하고 방해꾼이 없는 곳에서만 사는 도롱뇽이 집단 서식해 청정지역임을 알린다.

종점인 갓바위는 파도·해류에 바위가 침식되고 풍화혈이 생기는 과정에서 갓 쓴 사람, 민속촌 초가집 모양으로 변한 것이다.

‘어미소 처럼, 혀를 길게 내밀어 한 점, 한 구석 남김없이 바위들을 핥는 걸 보니, 사랑 참 힘겹겠다’

김영천의 시는 이곳을 사랑의 현장으로 바꿔놓는다. 바다 위를 걸어서 신비한 자연현상을 제대로 보게하려고 해상인도교를 만들었다. 조명 받은 밤에 더 멋지다.

인근 국립해양연구소 선착장에는 염전이 예쁜 섬 달리도를 오가며 국민들에게 역사이야기를 들려줄 조선통신사 배들이 정박해 있다. 오는 5일 오후1시 국민을 태우고 또 달리도로 떠난다.

▶서산동 1987 촬영지, 대반동 스카이워크= 달리도 건너편 북항에서 유달산을 거쳐 충무공이 마지막 해전을 준비하던 고하도까지 국내 최장 목포해상케이블카는 남도의 대표 랜드마크가 됐다. 고하도와 마주보는 온금동과 서산동, 유달산 북동쪽 달동네 옥단이가 살던 목원동은 서민들이 살며 고단함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가던 동네였다.

런던의 테이트모던처럼 문화예술공간으로의 재생을 꿈꾸던 온금동이 우여곡절 끝에 조선내화 공장터에 대한 리모델링에 들어간 사이, 이웃 서산동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골목 벽 마다 시(詩)판넬을 붙여놓아 시화골목으로 불리던 서산동은 한국현대사를 바꾼 사건 박종철, 이한열 사망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이 촬영되면서 전국의 청춘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영화 ‘1987’에서 이한열(강동원)과 연희(김태리)가 시국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장면 등이 촬영된 ‘연희네슈퍼’가 인기를 끌면서 ‘연희네 다방’, ‘연희네 커피’, ‘연희네 오빠 근희네’도 생겼다.

온금동 서쪽 대반동에는 스카이워크와 운치있는 카페가 들어섰다. 스카이워크에선. 목포대교, 고하도-유달산 해협, 케이블카 등 목포 육해공 3대 미학의 정수를 한 앵글에 담을 수 있다.

▶항구포차와 버라이어티 크루즈의 낭만= 유달산은 언제가도 새롭다. 이번 탐방에서 새롭게 확인한 점은 목포의 눈물 가사 중 ‘삼백년 원한 품은 노적봉’이라는 저항적 표현을 일제가 감히 ‘삼백련 원안풍은 노적봉 밑에’로 바꾼 것을 복원한 점이다.

낮의 유달산 정취도 아름답지만, 밤에는 BTS의 ‘불타오르네’ 처럼 조명을 받아 멋진 판타지를 연출한다. 이 모습은 최근 개설돼 인기를 끌고 있는 항구포차와 유달산·삼학도 크루즈에서 잘 보인다.

비행기 격납고 혹은 군대 막사 처럼 생긴 항구포차는 옛 해경부두에 문을 열었다. 알록달록 여러 색깔의 포차가 동글동글 파도치듯 도열해 있다.

15개의 항구포차는 맛의 도시 목포에 걸맞게 낙지, 민어, 홍어삼합을 비롯한 목포 9미(味)와 오향전복 같은 신메뉴 등 100여 종의 다양한 메뉴로 여행객 입맛을 사로잡는다. 15명의 사장님은 목포시가 엄정한 심사를 거쳐 간택했다.

손님들의 특징은 젊은 층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현지인, 관광객, 대학생, 직장인들의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목포를 떠들썩하게 한다. 포차 앞마당엔 금요 버스킹 무대가 설치돼 있는데, 취기가 오를 때, ‘ㄷ’자 포차촌이 바라보는 무대에 올라서보면, 세상이 다 내 것 같다.

항구포차 옆 삼학도 항구에선 유람선이 새로 취항했다. ‘삼학도 크루즈’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969t급 최신형 유람선(570명)으로 공연장·연회장·야외행사장·전망대 등을 갖추고 있다. 소형인 ‘유달산크루즈’는 196t(189명)이다.

야간에는 삼학도-해상케이블카타워-목포대교-갓바위-평화광장-바다분수를 돌아오는 코스로 1시간 가량 걸린다. 크루즈의 마무리는 춤추는 바다분수다. 평화광장 앞바다에 설치된 수백 개 분수에서 물줄기가 나오며 레이저쇼가 시작된다. 최대 분사 높이가 70m에 이르는 세계 최초 부유식 해상분수다. 방문객의 사연, 축하할 일, 신청곡을 받아 레이저쇼와 함께 소개하기도 한다.

동쪽 춤추는 바다분수와 서쪽 유달산 밤풍경은 지금까지 따로 따로 였지만, 항구포차와 크루즈가 동서로 연결했고, 하늘에선 해상케이블카가 고하도에서 북항까지 남북으로 이었다. 육·해·공, 씨줄·날줄 짜임새가 좋아진 목포는 국제관광도시 다운 재미와 유쾌함, 편안함을 더했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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