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현대重그룹,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 매각한다…정기선 사업 개편 가속
뉴스종합| 2020-08-24 10:35

[헤럴드경제 정순식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산업용 보일러 설계 및 제조 계열사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의 매각을 추진한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사진)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그룹의 비주력 계열사에 대한 구조 개편의 일환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재확산을 대비한 선제적인 현금 유동성 확보의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이사회에서 계열사인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 매각 안건을 승인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조선해양은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전량을 매각키로 했다.

현행 지주회사 규제상 부분 매각은 불가능하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손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증손회사인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의 지분을 100% 전량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분 매각으로 지분이 100% 밑으로 떨어지면 제제대상에 오른다. 시장에서는 대략 2500~3000억원 선에서 매각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 매각은 정 부사장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그룹의 미래 사업 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성장성이 불투명하고, 상대적으로 그룹과의 시너지 고리가 약한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해, 이를 미래 성장 재원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개편을 활발하게 진행 중인 상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6년 11월 사업분할 결정을 시작으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발표한 뒤, 이듬해 4월에는 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 신설법인을 설립했다. 조선업황의 부진속에 분야별 사업 부문 분리를 통해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특정 사업의 부진이 다른 사업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악영향의 고리를 끊기 위한 포석에서 진행됐다.

이후 2018년에는 하이투자증권 DBG 금융 그룹에 매각했다. 지난해는 현대힘스와 현대중공업터보기계를 연이어 매각하며 조선 기자재 자회사 또한 모두 정리했다.

이번에 매각 대상에 오른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 또한 그룹의 사업 구조 개편 작업이 한창이었던 2018년 8월 현대중공업 내 해양플랜트사업본부에서 분사돼 설립된 회사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구현 중이다. 하지만 그룹은 화석연료 발전 등에 치우친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의 비즈니스 모델이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하는 그룹의 전체적인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 보고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은 발전소에 들어가는 산업용 보일러의 설계 및 제조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지난해 기준 매출 2325억원, 영업이익 332억원의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사업 구조 개편과 함께 그룹 내부의 선제적인 현금 유동석 확보의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국조선해양은 조선업황의 불황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해 안정적인 유동성을 갖추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매각 대금의 추가 유입으로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조선해양은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4조6200억원을 보유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조선업 본업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그룹 내부적으로 (시너지가 약해) 정리해야 할 사업을 매각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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