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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나타났다!…악한 것들은 물렀거라!
라이프| 2020-09-08 16:28
쌍호흉배 雙虎胸背 사직(絲織), 각 26.5 x 25cm, 조선 말기.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소장 [사진제공=코리아나미술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조선후기 실학자 박지원은 그의 저서 '호질'에서 "범은 모든일에 뛰어날 뿐만 아니라 착하고 성스러우며, 문채롭고 무인다우며, 인자롭고 효성이 지극하며, 슬기롭고 어질며, 기운차고 날래며, 용맹스럽고 사나워 그야말로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다"고 했다.

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辟邪), 산의 주인인 산신(山神), 산군자(山君子)로 일컬어지는 호랑이가 전시장에 나타났다. 100마리는 훌쩍 넘는다. 조선후기 호랑이부터 2020년 호랑이까지 시기도 다양하다. 코리아나미술관 특별기획전 '호랑이는 살아있다'는 이렇게 수 천 년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아온 호랑이를 소환한다.

노당 서정묵, 설호도(雪虎圖), 비단에 채색, 51 x 140cm, 1974. 코리아나미술관 소장 [사진제공=코리아나미술관]
운보 김기창, 신비로운 동방의 샛별, 석판화, 88 x 66cm, 1988. 코리아나미술관 소장 [사진제공=코리아나미술관]

전시는 옛 호랑이부터 시작해 현대로 넘어온다. 액운과 병을 막아준다 믿어 패용했던 호랑이 발톱 놀이개, 무관의복에 용맹을 상징하기 위해 장식한 호랑이 문양의 흉배, 신행을 떠나는 신부의 사인교 지붕을 덮었던 호랑이 무늬 가마덮개 등 선조들의 일상속 호랑이가 관객을 맞이한다. 우석 황종하의 '맹호도', 소재 우삼규의 '군호도 8폭 병풍' 등 조선후기 사실적으로 묘사된 호랑이가 나왔다.

그런가하면 해학적이고 친근한 호랑이도 있다. 운보 김기창의 '신비로운 동방의 샛별'(석판화)은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제작했는데, 까치와 함께 귀엽게 묘사됐다. 오윤의 목판화 '무호도'의 호랑이는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백남준, 호랑이는 살아있다, 비디오 설치,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LCD 모니터, 레진 구조물에 유채, 61×72cm, 13분 58초, 2000. 개인 소장 [사진제공=코리아나미술관]

현대로 넘어오면 백남준의 '호랑이는 살아있다'가 기다리고 있다. 새천년이 맞이 행사로 열린 'DMZ 2000' 공연에서 첼로와 월금형태의 8미터 크기의 대형 비디오조각을 선보였는데, 같은 제목으로 변주된 형태의 에디션이 전시에 포함됐다. 원래 조각은 현재 세종문화회관 로비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이외에도 호랑이를 욕망의 메타포로 해석한 이은실의 '삶의 풍경'(2018), 1980~90년대 가정집마다 하나씩은 있었던 십자수 호랑이 도안을 활용한 '가정맹어호'도 인상적이다. 지하 전시장에 폭 7미터 대형화면으로 상영되는 제시카 시갈의 '(낯선)친밀감'은 맹수인 호랑이와 인간이 수중에서 교감하는 장면을 느린영상으로 보여준다.

코리아나미술관은 "벽사의 의미가 깃든 다양한 호랑이 미술품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 모두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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