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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투자 안했다고 때린 세금만 8500억…국책硏 '폐지' 의견에도 되려 과세 강화
뉴스종합| 2020-09-16 10:38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국책연구원이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 고용을 이끌어내는 효과는 없고 기업의 세금 부담만 늘린다는 취지였다. 재정당국은 의견을 접수하고도 오히려 과세 범위를 확대했다.

1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획재정부의 의뢰로 분석한 '투자·상생협력 촉진을 위한 과세특례' 심층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69개 대기업에 투자촉진세를 부과해 거둔 법인세만 85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법인세수 72조1743억원의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투자촉진세로 거둔 첫 세수다. 기존의 기업소득환류세로 확보한 세금 규모는 2017년 4279억원, 2018년 7191억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기업소득환류세의 이름을 투자촉진세로 바꾸며 배당 대신 상생지원을 요건으로 포함시켰고, 세율을 10%에서 20%로 높였다.

KDI는 투자촉진세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거나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기재부에 전달했다. 세금과 같은 제재 수단이 아니라 인센티브로 투자, 고용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제언이 담겼다.

근거는 명확했다. 먼저 투자를 되려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지방세 포함)인데 여기에 투자촉진세까지 과세될 경우 최대 3%포인트의 세율 인상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공장을 한 번 증설하면 후속적으로 들어가는 유지관리 비용이 크다. 잘못된 투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단순히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추가적인 투자를 하기 어렵다. 토지나 공장에 투자하기 어려운 서비스나 게임, 제약업 등은 제조업에 비해 불리하다는 문제도 있었다.

고용 양극화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임금을 올린다면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게다가 임금 수준은 한 번 높이면 다시 낮추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KDI는 매년 당기순이익의 약 10%를 임금 상승에 투입하면 5년 뒤 누적효과로 인해 임금 지출이 순이익의 60%를 넘을 수 있다고 봤다.

이 보고서는 단순한 의견이 아니다. 기재부는 2~3년마다 외부기관서 조세특례 연장 여부를 묻는 심층평가를 받아야 한다. 투자촉진세제도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제도 존립 평가를 공식적으로 받았다.

이때 외부기관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되지만 이번엔 철저히 외면받았다. 기재부는 과세를 강화하고 종료일을 2년 더 연장했다. 투자촉진세를 내지 않기 위해 투자, 고용, 상생협력에 써야 하는 금액을 당기 소득의 65%에서 70%로 올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부과된 세제인 만큼 성과를 더 지켜봐야 했다"며 "기존 투자·고용 유인 제도와 법인세율 등과 연동돼 있어 단기적으로 크게 개편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kwater@heraldcorp.com

〈투자·상생협력촉진세란?〉

기업들이 일정 금액을 투자, 임금 증가, 상생협력으로 쓰지 않은 금액(미환류 소득)에 대해 법인세 20%를 추가 과세하는 제도다.

당기 소득의 70%까지 투자, 고용 확대, 상생협력에 쓰지 않으면 투자·상생협력촉진세 20%를 내야 한다. 기존에는 소득의 65%만 쓰면 됐지만 내년부턴 이 기준이 5%포인트 올라간다.

과세 대상은 대기업이다. 구체적으로는 자기자본이 500억원을 넘거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총액 10조원 이상) 소속 기업이다. 지난해 투자촉진세를 낸 기업은 969개다.

대기업의 유보금을 사내에 쌓아두지 않고 쓰게 해 경제활성화를 촉진시키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2015년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됐다. 2018년에는 이를 투자·상생협력 촉진세로 개편하면서 배당 대신 상생지원을 요건으로 포함시켰고, 세율을 10%에서 20%로 높였다.

일반적으로 조세특례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소득·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반면 투자·상생협력촉진세는 반대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추가로 법인세를 과세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는 유례없는 제도다. 다른 나라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다.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을 높이는 요소다.

재계는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증가하고 있으나 현금성자산의 비중이 크지 않아 사내유보금을 투자 및 가계소득으로 환류시킬 여력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기업이익의 사용처를 정하는 것은 개별 기업의 경영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며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관여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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