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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전용 59㎡ 15억 클럽’…강남 3구서 강북까지 확대
부동산| 2020-09-16 11:57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경. 이 단지는 지난달 전용 59㎡가 20억원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헤럴드경제DB]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59㎡(이하 전용면적)가 15억원 이상에 거래되는 단지가 증가세다. 지난해 8월 59㎡가 15억원 이상에 거래된 곳은 강남 3구가 유일했는데 1년 사이 광진·동작·마포·양천·용산구 등 8개구로 확대됐다.

정부는 지난해 말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15억원(KB국민은행 시세 기준)이 넘는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는데, 매수 시 대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 단지가 점점 줄고 있는 것이다.

특히 3인 가구가 가족을 4인 가구로 늘려나가거나 자녀의 성장에 따라 84㎡로의 이동이 자연스러운 거주 이동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대출 불가’로 사실상 갈아타기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아예 59㎡로의 생애 첫 집 마련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59㎡ 15억원 넘은 곳, 강남 3구 뿐이었는데 1년 새 8개구로 늘어=1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8월 실거래 등록된 아파트 단지 중 59㎡ 최고 거래가가 15억원 이상을 기록한 구는 8개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기준으론 강남 3구 뿐이었다. 59㎡는 실거주 수요가 내 집 마련 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중소형 면적인데, 정부가 12·16 규제에서 밝힌 초고가 기준선인 15억원에 닿는 곳이 급증세란 이야기다.

동시에 정부의 고가 주택 기준선인 9억원 아래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9억원을 기준으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더 걷고, 종합부동산세도 매긴다. 대출도 9억원부터 규제가 적용된다. 1년 전까지 25개구 가운데 10개 구에서 59㎡가 9억원 아래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기준으로 6개구(강북, 관악, 금천, 노원, 도봉, 중랑)로 절반이 줄었다. 그마저도 9억원 턱밑이다. 관악구 봉천동의 두산 아파트는 지난달 초 8억9900만원에 거래됐고, 금천구 롯데캐슬골드파크 1차는 8월 31일 8억9700만원에 거래됐다. 곧 9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강남 59㎡는 1년 새 5억원 급등, 강북 입주권도 3억원 올라=오름세도 가파르다. 특히 지난해 입주를 앞두거나 막 입주한 새 아파트들은 급등세다.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 59㎡는 지난해 10월 11억원에 팔렸는데 지난달 15일은 14억원에 거래됐다. 역대 최고가다. 해당 거래건 말고는 13억원대에 거래됐으나, 이를 감안해도 1년도 되지 않아 20% 가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곧 입주를 시작하는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의 힐스테이트 클래시안은 59㎡ 입주권 몸값이 1년 전 9억원에서 지난달 12억500만원으로 3억원 이상 무려 30%가 급등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59㎡가 20억원대에 거래되기도 한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는 8월 8일 20억원에 팔렸는데 1년 전에는 18억5000만원에 실거래 등록됐다. 서초구에선 반포힐스테이트 같은 면적이 지난달 22일 22억5000만원 역대 최고가에 팔리며, 1년여 전인 17억2000만원(6월 기준)보다 5억원 이상 올랐다.

그렇다고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의 가격오름이 더딘 것도 아니다. 노원구에선 재건축 이슈가 있는 미륭·미성·삼호3차 아파트의 59㎡가 1년 전에는 5억9800만원에 실거래 등록이 됐는데 지난달 21일에는 7억7000만원까지 몸값을 높였다. 2억원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상승세는 서울 전 지역에서 고루 나타났다. 지난달 자치구별 최고가에 거래된 59㎡ 아파트 가운데 신고가가 아닌 단지는 금천구와 영등포구 단 두 곳에 불과했다. 1년간 상승폭이 1억원 아래인 곳도 구로구 신도림동아 1차 59㎡(8억9000만원→9억1000만원) 1개 단지 뿐이었다.

자치구별 59㎡ 최고가 단지의 전년 대비 매매가 상승폭은 2억27000만원에 달했다.

▶ ‘15억원 대출 규제’에 코로나발 경기 하락, 59㎡ 몸값 더 높아지나=시장에선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요 지역 84㎡가 주담보 대출 규제 기준인 15억원을 넘기자, 59㎡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이른바 대장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이 마저도 15억원을 웃도는 값에 팔리고 있다고 본다.

실제 앞서 집계한 숫자는 각 자치구별 59㎡ 실거래가 중 최고가 이기 때문에, 입지에 따라 또는 준공 연한에 따라 그보다 낮은 값에 거래되는 단지도 있다.

그러나 3인 가구에서 4인 가구로 증가 시 넓은 면적 아파트로 옮겨가곤 했는데, 84㎡의 상당수가 15억원을 넘어서 매수가 어려워지면서 59㎡ 수요가 늘어난 것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많다. 30대의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매수)’ 수요의 접근이 가장 용이한 면적이기도 하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가세에 따른 실물 경기 침체 우려도, 중소형 아파트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부동산 하락기에 59㎡과 84㎡의 매맷값 차가 줄고, 가격이 높은 단지부터 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성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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