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野중진 김기현 “‘경제3법’, 기업장악 안 돼”…김종인에 ‘우려’ 이어지나
뉴스종합| 2020-09-23 09:34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4선 중진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거래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 장악법’이 되면 안 된다”고 반대 뜻을 피력했다. 같은 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찬성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김 의원과 비슷한 뜻을 갖는 당 내 의원들이 상당수로 파악되는 만큼, 김 위원장의 ‘소신’에 반대하는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이어질 지 주목된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경제’와 ‘경제 민주화’는 지향해야 할 소중한 방향이지만, 이번 (공정경제)3법에는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에 맞지 않거나, ‘갈라파고스 규제’로 보이는 내용들이 혼재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상법 개정안 중 대주주 의결권 3% 제한과 감사위원 분리 선임에 대해 “악덕 기업 사냥꾼, 해외 투기자본에 건실한 국내기업을 먹잇감으로 방치시킬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업의 영업비밀, 고도 원천기술 등을 빼앗길 위험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선 “기업의 지배 구조를 투명히 하고 불공정을 바로 잡는 이점이 있겠지만, 자칫 시민단체를 가장한 기업 사냥꾼에게 먹잇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금이 공정거래 3법을 통과시키기에 ‘타이밍’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멀쩡한 기업도 생사 기로에 처하는 현 상황이 마음에 걸린다”며 “빚을 내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가 되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한다”고 했다.

또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정부 권력이 기업에 마음대로 개입해 경영도 권력자의 뜻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거의 무한정의 권한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권력에 의한 ‘기업 장악법’이 되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불법 경영권 승계를 시도하고 일감 몰아주기를 일삼는 일부 부도덕한 총수 일가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업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합리적 데이터와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을 찾아 배추 경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일부 캡처.

국민의힘은 공정경제 3법에 대해 당론을 모으기로 했으나 한 목소리를 내기에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안 처리의 열쇠를 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통화에서 “정무위원회 차원의 공청회를 열고 기업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봐야 한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무조건 처리’로 가는 것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전날 의원총회에서 “여러 의원 생각에 비대위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무슨 개인적·정치적 목적을 추구할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며 “정강·정책도 바꾸고 했으니, (이를 기반으로)의정활동에서 우리 당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그의 발언은 최근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찬성 입장을 보이자 당 안팎에서 불만과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응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뜻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당 내 인사도 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이 막상 ‘경제 민주화’ 법안을 맞닥뜨리니 발을 빼기 시작했다”며 “결국 김 위원장의 껍데기만 차용하려고 했던 것인가”라고 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가치를 정강·정책의 핵심가치로 명시한 것은 김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가장 잘한 일”이라며 “재벌을 때려잡자는 것이 아니다. 대주주가 감사권까지 갖는 것이 정상이냐”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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