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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물리력 행사 기준’ 시행 중이지만…여전히 ‘매 맞는 경찰’
뉴스종합| 2020-09-23 10:16

경찰 로고.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됐는데도 대민 접촉 과정에서 여전히 ‘매 맞는 경찰’이 발생하고 있다. 경찰을 폭행하거나 공무집행을 방해하면 강력한 사법처리를 하는 한편 공권력을 무시하는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15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입건된 60대 남성 A씨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A씨는 여성 동거인을 폭행했다는 신고에 출동한 경찰관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지난해 11월 24일부터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대한 규칙’(이하 규칙)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으나 위 사례처럼 폭행이나 주취 신고에 대응할 때 공무집행을 방해받거나 경찰관이 폭행·상해를 입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두른 A씨는 해당 규칙에서 위해 정도에 따라 분류한 대상자의 5가지 공격 유형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치명적 공격’을 가했다. 이에 따라 경찰관 역시 테이저건을 두 차례 사용했으나 얼굴·옆구리 등에 부상을 입었다.

위 사례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4월 23일 새벽 1시께 서울 송파경찰서 문정지구대 소속 B경위는 ‘상가 1층 여자화장실에 남성 취객이 누워 있다’는 취지의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B경위는 귀가를 권유했으나 취객 C씨는 별다른 이유 없이 “너가 뭔데 나를 도와줘”라고 욕한 뒤 양손으로 어깨를 밀치고 목을 졸랐다. C씨는 지난 11일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1월 26일 오후 9시께 서울 광진경찰서 중곡3파출소 소속 D경사가 ‘아버지가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주먹질을 당했다. 사건 경위를 묻는 D경사에게 아버지 E씨는 “아들이 욕설을 하는데 가만히 있는 아버지가 어딨느냐. 나이를 몇살 처먹었냐”고 욕하며 얼굴에 주먹을 수차례 휘두르고 목 부위를 밀쳤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11일 “E씨가 폭력 범죄로 벌금형을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규칙을 일선 경찰에게 전달하고 따르게 하는 것 외에도 경찰을 폭행하는 경우 사법처리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승진 경찰청 형사과장은 “종합적으로 수사해서 단순히 그 사안뿐 아니라 여죄까지 입체적으로 수사하는 게 중요하다”며 엄정한 사법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오 과장은 “해외 선진국에서는 경찰관에 대한 물리력 행사는 사회공동체에 대한 폭력으로 인식해, 매우 엄하게 처벌한다”며 “더 엄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도 공권력을 무시하는 문화가 근절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법 집행이나 사회질서 유지 같은 기본적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경찰이 기분 나쁘다고 해서 공무집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권력 무시 문화가 엄연히 우리 사회에 존재해 금방 사라질 것 같진 않다”며 “제도 변화뿐 아니라 공권력 무시 문화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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