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북 만행, 미안하다고 해서 덮고 지나갈 일 아니다
뉴스종합| 2020-09-25 16:51

북한이 우리 국민을 공해상에서 사살한 뒤 기름을 부어 불태운 만행에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공식적인 반응을 보였다. 진심이라면 폄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북측 전문 곳곳에 나타나는 변명과 심지어 현실 호도의 내용을 보면 진정성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이정도면 됐지”라는 ‘비아냥’만 보일 뿐이다. 워낙 잘못이 크다보니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응징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도 보낸 대외적 성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북측의 전문을 요약하면 ▶사살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살된 A씨가 묻는말에 어영부영 답을 제대로 하지 않고 오히려 위협스런 행동을 했기 때문이며 ▶불태운 것은 A씨가 의지하던 부유물 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남측에 ‘재미없는 일’을 만들어 실망감을 준것은 미안하다는 내용이다.

세상에 적반하장과 왜곡도 이런 수준은 없다. 부유물이 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걸 의지해 망망대해에 떠 있는 한 인간을 10여발의 총으로 쏴 천길 바다물속으로 떨어뜨려놓고 부유물만 불태웠을 뿐 시신을 태운건 아니라고 주장하는게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일인가.

심지어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만행, 응분의 대가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강한 어휘를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태에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란다”고 우리 군과 당국을 꾸짓는 대목에선 말문이 막힌다.

도데체 부유물에 의지해 이틀간 바다에 떠있던 한 인간이 무슨 행동을 한들 위협적일 수 있으며 그가 총맞고도 부유물에 얹혀있었다면 기름붓고 불태우지는 않았을 것이란 얘기인지 앞뒤의 의미조차 구분하기 어렵다.

누가봐도 속셈이 뻔한 이런 전문을 분석하나 없이 그대로 신속하게 전달하는데 급급한 우리 정부의 모습에서 분노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심지어 우리 정부는 이를 두고 ‘신속한 답변’이라고 평가하며 미묘한 긍정적 분위기까지 만들고 있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달말 친서를 주고받은 사실을 느닷없이 전격 공개했다. 친서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어려움과 현재 처한 난관이 극복되면서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 내용이 담겼다”고 친절히 소개했다. 그런 과정에서 이번 사태는 점차 남북간에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 나온 불미스러운 일이 되어바리고 만다.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는 뒷전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렇게 사람 죽이고 불태운 일이 미안하다고 덮어질 수는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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