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상속으로] 살아 숨 쉬는 통계 작성을 위해 통계법 개정해야
뉴스종합| 2020-09-29 10:34

전 세계가 글로벌 밸류 체인으로 묶이면서 변화에 민감한 구조로 바뀌고 있다.

경제위기는 물론 사스·메르스·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또한 경제·사회에 큰 충격을 준다. 그 여파는 빠르게 확산된다.

이런 변화 속에서 사회현상을 분석해 미래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해왔던 통계도 전환기를 맞고 있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통계를 통해 방향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매월 발표되는 일부 동향 통계를 제외하고는 지금의 우리나라 경제·사회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국가승인통계 1217종 중 87%인 1054종이 1년 이상의 주기로 발표된다. 이는 통계를 통해 우리가 궁금해하는 2020년의 상황을 최소 1~2년이 지난 2021~2022년에나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의 정확성과 시의성 사이에는 긴장관계가 있다. 물론 통계의 정확성과 신뢰성은 포기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필요한 시기에 적합한 정보를 전달해주지 못한다면 통계는 의사결정 근거로서의 가치를 갖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정보 독점 시대가 끝나고, 상대적으로 민간의 데이터 활용 능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현시대의 또 다른 특징이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기업인 구글은 이미 물가지수와 지역사회 이동 추이 변화를 분석해 제공하고 있다.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들은 독자적인 데이터센터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동통신사들도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확성과 신뢰성을 잃지 않으면서 시의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국가승인통계와 통계제도가 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선 통계 작성기관이 행정자료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행정자료는 정책 과정의 부산물로만 여겨졌고, 통계로 활용하기 위한 자료의 입수나 공유, 활용이 원활하지 못했다.

행정자료를 활용하면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면서도 국민의 응답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통계 작성을 위한 행정자료 입수가 원활하도록 국가통계위원회에 조정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실효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이 수집한 행정자료는 일정한 요건 하에서 다른 통계 작성기관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유 범위를 확대하는 일도 필요하다.

둘째로는 통계 작성 과정에 더욱더 많은 민간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통계청은 이동통신사 자료를 활용해 매주 사람들의 이동 패턴을 분석·제공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성과를 평가하거나 그 단계를 조정하는 데 유용한 정보로 활용되었다. 또한 카드사 자료를 통해 민간 소비의 변화와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는 업종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었다.

셋째로 통계 작성에 필요한 통계등록부 구축과 정비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통계등록부란 행정자료와 조사자료 등 통계 작성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총망라한 통합 데이터베이스다.

새로운 통계가 신속하게 작성되려면 통계등록부가 항상 정비돼 있고 널리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데이터와 민간데이터가 수시로 통계등록부에 모이고 여러 통계 작성기관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인 토대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통계가 서고에 쌓여 역사학자만 찾는 사서가 아닌, 시대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정보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 통계법 개정과 제도 정비가 신속히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강신욱 통계청장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