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팀장시각] 다시 고개드는 부동산 중개업 사멸론
뉴스종합| 2020-10-05 11:29

아시아 금융위기로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고조감이 컸던 지난 1997년. 당시 미국 노스텍사스대에 근무했던 존 바엔 교수와 랜달 구터리 교수가 발표한 보고서가 미국 부동산 중개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인터넷의 발달로 매수자와 매도자와 직접 정보를 교환하며 거래하는 ‘탈중개화’ 현상이 나타나 부동산 중개업자는 더는 할 일이 없게 될 것이란 전망을 담았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2012년 2월 미국의 유력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서 중개업자들이 공룡처럼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정보통신(IT) 발달로 부동산 정보를 얻기 쉬워졌고, 중개수수료 등 거래비용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직거래 열풍이 불어 중개업자의 일거리가 계속 줄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부동산 중개업’ 위기론의 역사는 꽤 길다. 인터넷이 확산된 이후 해마다 미래에 사라질 직업 리스트에 늘 포함되는 직종이다. 특히 부동산 거래가 감소하고 주택시장 침체가 심각한 시기엔 어김없이 등장한다. 최신 스마트폰 보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VR(가상현실) 및 AR(증강현실) 기술, 위치기반 기술, 첨단 보안 기술, 각종 부동산 중개 앱 등 최신 기술 발달은 이런 주장을 더 현실성 있게 만들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지능형 정부 전환’사업이 중개업자들의 공분을 사는 건 이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10대 과제인 지능형 정부 전환의 주요 내용으로 부동산 거래를 원스톱 비대면 거래로 바꾸기 위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VR, AR 등을 통해 매수자가 집을 방문하지 않고도 매물을 볼 수 있는 최첨단 부동산 공적장부(공부)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는 당장 공인중개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거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건 아니지만 거래 플랫폼 전 단계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란 차원에서 중개업자들은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런 공부 시스템이 갖춰지면 누구나 쉽게 집을 볼 수 있게 되고, 실거래가 시스템, 거래량 통계 등과 함께 주택 거래에 필요한 기본 정보를 훨씬 더 쉽고 편하게 구할 수 있게 된다.

중개업계는 사실 사면초가 위기를 겪고 있다. 웬만한 부동산 포털은 사실상 직거래가 가능한 수준 의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 ‘피터팬의 좋은방구하기’ 같은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는 월 이용자가 350만명을 넘는다. 매월 직거래 매물이 10만여개나 신규 등록된다. 원룸이나 소형 오피스텔은 이런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수수료 없이 거래할 수 있다.

‘직방’ 같은 앱은 직접 촬영한 VR를 올려 매물을 소개한다. 법률회사, 은행, 증권사 등 중개업과 무관했던 영역도 부동산 컨설팅 업무를 강화하면서 중개업에 침투하고 있다. 이미 고가 빌딩은 부동산 전문 법률사무소를 통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제 중개업계는 VR, AR 등 AI 첨단 기술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10만 부동산 중개업 위기론은 이제 본격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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