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져
안전·힐링 다 잡는 ‘차박’…신박한 이 곳으로
라이프| 2020-10-13 11:00

호젓한 포천 비둘기낭캠핑장에서 10분쯤 걸어가면 새 둥지 모양의 천연기념물 비둘기낭폭포에 닿는다. 주상절리와 판상절리, 하식동굴 등 ‘살아 있는 지질학 교과서’ 사이로, 새하얀 구슬이 쏟아져내려 에메랄드 빛 소(沼)를 파놓았다.

높이 30여m 현무암 절벽들이 길게 호위하는 이 일대에선 드라마 ‘추노’, ‘선덕여왕’, 영화 ‘최종병기 활’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한국전쟁 때는 주민들이 대피 장소로, 이후엔 군인들이 휴양지로도 이용됐다.

비둘기낭폭포 옆에는 한탄강야생화공원이 자리 잡았다. 2만5000㎡ 규모에 철 따라 주인공 꽃이 바뀐다. 얼레지와 청노루귀, 꿩의바람꽃 등이 피고 진다. 금계국 사이로 가을꽃 마리골드의 영토가 확장되는 걸 보니, 어쩌다 가을이 왔다. 비 온 뒤 나무줄기에 돋아난 주황색 덕다리버섯도 보인다.

야생화공원 옆에는 현무암, 각섬암, 티탄철광석 등 유네스코 지질공원에서 볼 수 있는 암석이 전시돼 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신비로운 지질과 그 시절 인간문명을 상상해보다 재잘거리는 에듀테인먼트 생태공간이다.

이 시국 여행 키워드는 친자연, 안전, 거리두기, 청정생태, 그리고 이 모두를 아우르는 캠핑이다. 한국관광공사는 ‘10월 추천 가볼 만한 곳’으로 오토캠핑 여행지 6곳을 선정했다. 주변엔 거리를 안둘래야 안둘 수 없는 청정자연이 있다.

▶멍우리협곡캠핑장과 비둘기낭캠핑장(경기 포천)= 멍우리협곡캠핑장은 차 한 대, 텐트 한 채가 들어가면 적당한 캠핑 구역이 곳곳에 숨은 듯 자리잡았다. 키 큰 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선 곳에 텐트를 치면 이름 모를 산속에서 홀로 캠핑하는 기분이다.

인근 비둘기낭캠핑장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약 5만㎡ 대지에 바둑판처럼 구획된 캠핑 구역이 펼쳐지고, 공동 취사장과 화장실, 온수가 나오는 깔끔한 샤워실까지 편의시설도 부족함이 없다. 포천시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싸다.

폭포와 한탄강야생화공원을 조금 지나면 길이 200m, 폭 2m 포천한탄강하늘다리가 나타난다. 높이 50m 위를 걸으며 한탄강 따라 펼쳐진 현무암 주상절리 협곡을 감상할 수 있다. 다리 중간부터 걸을 때마다 흔들리고 바닥 일부가 강화유리라, 짜릿함이 전해진다.

▶“캠핑 성지” 덕유산(전북 무주군 설천면 백련사길)= 덕유대야영장은 어머니 품처럼 넉넉하고 포근하면서도 육중한 산세를 자랑하는 덕유산 자락에 있다. 국립공원 야영장 중 가장 큰 규모(96만 4631㎡)에 텐트 497동을 수용하고 캠핑 포맷도 다양해 ‘캠핑의 성지’로 불린다.

구천동계곡 옆에 자동차야영장, 캐러밴, 통나무집, 황토집, 산막 등 다양하고 색다른 캠핑 공간을 조성했다. 캠핑 구역 가운데 50% 정도만 예약을 진행하며, 당분간 체류형 숙박 시설은 통제한다. 캠핑 떠나기 직전, 되는지 재확인해야 한다.

구천동계곡을 따라 안심대까지 구천동어사길이 이어진다. 길이 완만하고 풍경이 수려해 누구나 걷기 좋다. 안성면에는 지질 명소 용추폭포가 있다. 계단식 폭포 주변 울창한 숲과 폭포 너머로 펼쳐지는 산세가 아름답다. 무풍승지마을의 10월말~11월초 사과 따기 체험은 덤이다.

▶모곡밤벌유원지(강원 홍천군 서면 밤벌길)= 홍천 모곡밤벌유원지는 캠핑과 함께 물놀이, 낚시도 즐기는 곳이다. 가장 큰 매력은 캠핑장 앞 홍천강이다. 1급수에 산다는 꺽지를 비롯해 피라미, 모래무지 등 민물고기가 지천이며, 견지낚시도 한다.

새벽녘 강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자아내는 풍경을 보면 한 폭의 산수화가 따로 없다. 이른 아침 텐트에서 나와 모닥불을 피우고 커피 한잔 마시며 바라보는 홍천강 모습은 ‘이래서 캠핑이구나’ 싶다. 모골밤벌유원지는 관리 주체가 없고, 이용료도 없는 대신, 캠핑객들이 기상,질서 등 책임져야 한다.

화촌면 풍천리 알파카월드는 아이들이 좋아라 한다. 알파카가 뛰고, 아이들이 노는, 걱정소리 하나도 들리잖는 곳이다. 동물과 교감은 마음 방역 최고 덕목 중 하나이다. 가리산·삼봉자연휴양림은 가 있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곳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대청호로하스캠핑장(대전 대덕구 대청로424번길)= 가족공원이라 할 만큼 부지가 넓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 방문객의 행보가 조심스럽다. 구역 간 간격도 넉넉하다. 식기 세척장도 한 사람이 세척대 하나를 사용하는 등 모든 것이 거리두기의 전형이다.

대청호로하스캠핑장의 또다른 매력, 900m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지명산 아래 대청정, 입구 건너편 풋살장, 곳곳에서 조우하는 대청호, 호수 건너 청남대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캠핑장 주변에서 이미 대통령 별장이 부럽지 않다.

풋살장은 대청호 주변 대전광역시, 충북 청주시와 보은군을 아우르는 걷기코스인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두메마을길) 1/3 지점이다. 대청댐물문화관까지 가볍게 걸을 만 하다. 장동산림욕장에 조성한 계족산황톳길 역시 대전에서 꼭 걸어봐야 할 길이다.

▶고래불국민야영장(경북 영덕군 병곡면 고래불로)= 영덕에 있는 고래불국민야영장은 해변과 송림을 품은 힐링 쉼터다. 편의시설이 충분한 가운데, 동물 모양 캐러밴이 특히 인기다. 울창한 솔숲에 자리한 숲속야영장은 바닷바람과 나무 그늘 덕에 시원하고 쾌적한 캠핑이 가능하다.

오토캠핑장은 캠핑카와 트레일러를 위한 공간이다. 주관리동 2층에 대가족이나 단체 여행에 적합한 펜션형 숙소 4실도 마련되어 있다.

고려 말 목은 이색의 고향으로서 조선시대 가옥이 잘 보존된 괴시리전통마을이 야영장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지방도 20호를 타면 영덕대게 집산지인 강구항과 해파랑공원, 해안 절경을 드라이브 스루로 감상할 수 있다. 해파랑길에서 가장 때깔 좋은 바다와 나란히 걷는 길이 영덕 블루로드이다.

▶새내기 작천정달빛야영장(울산 울주군 삼남면)= 영남알프스에 속한 울주 신불산군립공원 내에선 작괘천계곡을 따라 조성된 작천정달빛야영장과 오붓한 오토캠핑장들이 주목받는다. 캠핑의 여러 매력 중 나지막한 풀벌레 소리, 새벽이슬 머금은 숲 향기가 시청각을 즐겁게 한다.

야영장에서 작괘천계곡을 따라 오르면 작천정 누각과 흰 너럭바위들이 수려한 풍광을 만든다. 가을이면 신불산군립공원 일대는 억새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신불산, 간월재, 간월산, 영축산을 잇는 등산 코스는 모세의 바다 처럼, 탐방길 좌우로 억새 물결이 장쾌하게 넘실댄다.

간월재 등산로 초입에 자리한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는 암벽등반을 체험할 수 있는 국제클라이밍장이 있다.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태화강국가정원도 멀지 않다.

함영훈 기자·구완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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