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그동안 매 들어 미안, 이젠 어떻게”…‘자녀 체벌금지’에 부모들 환영 속 ‘혼란’
뉴스종합| 2020-10-17 09:46

지난달 14일 국회 앞에서 열린 ‘맞을 짓은 없다, 민법 915조 징계권 삭제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체벌 금지,·징계권 삭제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자녀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민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무회의 통과되면서 내년 1월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학부모들은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체벌하지 않고 아이를 키울 방법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에게 체벌은 훈육 방법에서 아예 제외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동시에 정부에는 부모들을 교육할 수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17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서울 용산구에 사는 신모(46)씨는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4학년 세 아이를 키우며 체벌 경험과 함께 아이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털어놨다. 신씨는 “체벌로 늘 고민이 많았다”며 “아이마다 성향이 달라 순한 아이는 엄마가 조금만 ‘액션’을 취해도 말을 듣는 반면 강하게 나오는 아이에게는 나도 강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체벌을 하면 사실 감정이 섞이기 마련”이라며 “아이가 맞는 상황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부모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지키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이제 와서 든다”고 했다.

만 4세와 돌 지난 아이를 키운다는 충북 청주의 김모(34)씨는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민법 개정안을 반겼다. 김씨는 “사춘기가 되기 전까지 부모가 육체적인 힘이 더 강할 텐데 저항하지 못하는 아이를 어른의 힘으로 제압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든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육체적 체벌은 할수록 강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또래 엄마들 사이에서도 체벌에 대해 대부분 동의하거나 ‘하는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 김씨의 전언이다. 그는 “형제끼리 치고 박고 다퉈서 피워서 엉덩이나 등짝을 때리거나 말썽을 피워 집 문 밖에 세워 두는 정도 체벌은 아이를 제압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를 나눈다”며 “아이들이 어려 체벌 강도가 세지 않고 다치거나 흉터가 남는 건 아니라고들 한다. 큰 죄책감이나 후회는 없어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체벌 없이 훈육하기 곤란하지 않겠냐는 일부 부모의 우려에 전문가들은 선을 그었다. 신나리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훈육은 아이의 긍정적 행동이 늘고 부정적 행동은 감소하라는 차원에서 하는 건데 체벌은 훈육에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며 “윤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무·법률적으로도 체벌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나와 반갑다”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아이를 때린다는 선택지를 훈육 방법에서 없앨 때”라며 “(아이를)때려서는 안 된다는 걸 부모가 분명하게 인식한다면 다른 대안을 고민할 수 있다. 이번 민법 개정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도 “‘폭력의 홍수’ 속에서 자란 부모들이 제대로 된 훈육법을 모른다는 방증”이라며 “민법은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 체벌하면 잡혀갈 수 있다는 걱정은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부모를 위한 교육도 교육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공 대표는 “체벌 없이 아이를 훈육할 수 있는 실질적·구체적인 방안을 부모들에게 교육해야 한다”며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이 많이 찾는 백화점이나 지역 문화센터에 아이 발달 교육(강좌)과 함께 연령대에 맞는 부모 교육(강좌)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아이가 바뀔 때까지 반복해서 말해 주고 기다려 주는 등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부모 교육도 좋지만 부모들끼리도 모임을 만들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