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新사회적기업 이야기] SK이노베이션이 육성한 사회적기업, 핵심키워드는 최태원 SK 회장의 ‘가치’
뉴스종합| 2020-10-20 08:11
‘재계의 사회적 가치 전도사’로 유명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 회장은 “돈을 얼마나 버는가 하는 문제 이상으로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요즘 재계에 화두가 한창인 용어가 하나 있다. 바로 ‘소셜임팩트(Social Impact ) 기업’이다. ‘사회적임팩트 기업’이라고도 한다. 우리말로 풀이한다면 ‘주변에 선(善)한 영향력을 끼치고, 자신만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얼마전 이 단어가 다시 회자됐다. 공직에서 물러난뒤 우리 주변사회의 ‘작은 혁신’ 실천에 몰두하고 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 유쾌한반란을 통해 소셜임팩트 포럼(Social Impact Forum)을 출범했다. 이때 ‘소셜임팩트’라는 말이 주요 키워드로 올랐다. 소셜임팩트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이나 공유가치창출(CSV)보다 한층 강력한 개념이다. 사회적으로 선(善)한 영향력을 창출하는 기업과 그 기업가 정신을 뜻한다. 이는 CSR, CSV 보다 한차원 높은 혁신과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경제적 가치는 물론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즉, 기업이 이문을 추구하는 경제활동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외에 자연재해, 기후변화, 특히 요즘같은 코로나 같은 사회 중대현안을 해결하려는 사회적 가치를 지닌 ‘착한 제품’으로 경영하는 것, 이런 소셜임팩트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이 기사는 동영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사회적 기업 이야기 동영상. [이건욱 PD]

이날 소셜임팩트 포럼 출범식에 참여한 사회적기업은 16곳. 그중 모어댄과 고요한택시, 몽세누, 오투엠(O2M)이 시선을 끌었다. 이들 4개사는 SK이노베이션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사회적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들 기업 외에도 환경과 사회문제를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인 그레이프랩, 울산의 특화된 문화콘텐츠인 ‘고래’에 스토리를 입힌 우시산 등의 사회적기업도 지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이들 기업을 육성하고 있는 것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열정과 직결돼 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재계의 사회적 가치 전도사’로 유명하다. 평소 사회적기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피력해왔다.

최 회장이 사회적기업, 그리고 그것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가치에 주목한 것은 오래전 일이다. 지난 2016년 6월 SK그룹에선 확대경영회의가 열렸다. 그때 최 회장은 생존을 위해서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처음으로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 철학을 화두로 띄웠다. 이를 그룹 경영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딥체인지로 그룹경영의 뿌리부터 혁신하겠다는 최 회장의 철학은 ‘사회적 가치’ 쪽으로 발전했다. 영리만을 추구하는 기업은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고,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해야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최 회장은 사회 문제의 해결도 동시에 고려하는 아이디어 제품은 있으나 자본력이 취약한 사회적기업을 발굴해 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사회적 가치 전도사’로 불린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고요한택시, 모어댄, 몽세누, 오투엠 등의 사회적기업은 최 회장의 이같은 ‘나눔과 공유’ 철학으로 한단계 성장한 기업이라는 게 중론이다.

폐차 시트가죽으로 만든 모어댄의 가방.

최 회장은 이에 글로벌포럼 등에서 “오늘날의 사회문제는 이미 정부와 시민단체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기업과 사회가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야 한다”(‘문명의 화해와 공동번영:세계의 가치와 질서’포럼)고 주창하는 등 기업의 새로운 책임감을 화두로 올려왔다. 최 회장은 또 “(사회적 가치는)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환경, 고용, 일자리 창출, 세금을 더 내는 문제 등 모든 것이 실제로는 사회적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사회적 가치는 실제로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만큼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인큐베이팅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면면에 투영돼 있는 기업 철학이기도 하다. 이들 기업들은 지구촌에 닥친 여러 현안 해결에 고민하는 착한제품, 특히 친환경을 고려한 착한제품으로 승부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모어댄의 기업 미션은 자원의 선순환이라는 ‘업사이클링’이다.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업사이클링이다. 이 회사는 쓸모없이 버려지는 폐차 시트가죽이나 어촌 그물을 그대로 활용해 가방을 만든다. ‘쓸모없음’을 ‘쓸모있음’으로 환골탈태시키며 친환경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이 회사의 경영 철학이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는 “(SK라는)대기업의 사회적기업 평가 지표 등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어 무엇보다도 좋고,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브랜드 강화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버려진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옷을 만드는 몽세누 브랜드.

몽세누는 버려진 플라스틱 페트병을 활용해 티셔츠, 코트, 재킷 등 다양한 의류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지구 자원의 선환순을 통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게 이 회사의 핵심 가치다.

오투엠은 친환경 소셜벤처를 표방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미세먼지 등의 현안을 해소하기 위한 산소발생마스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오투엠은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보유했으나, 투자 여력이 미치지 못해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소량 생산만 해왔다. 이 사정을 들은 SK이노베이션은 오투엠의 기술 잠재력과 사회적 가치에 주목해 2019년 투자를 단행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SV2 임팩트 파트너링 모델’에 선정된 4개 업체 중 한 곳이다. 이 업체는 최근 경기 하남 초광산업단지 내에 생산설비를 완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가기도 했다.

오투엠의 산소발생 마스크 생산 모습.

청각장애인이 기사로 일하는 고요한택시는 사회적 약자를 최우선시한다는 기업 미션으로 출발했다. 김 전 부총리는 소셜임팩트 포럼 행사 당일 고요한택시를 이용해 행사장에 도착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이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든, 지구환경 수호를 위해서든 각자의 명확한 사명감에 바탕둔 ‘업(業) 철학’을 갖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돈 버는 것도 중요히지만, 그들만이 지닌 사회적 가치를 매우 중요시하는 것이다.

재계의 한 CSR 담당 임원은 “최태원 SK 회장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어벤져스 군단을 키우고 있는 셈”이라며 “이같은 사회적기업이 많아지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은 재계 전체로서도 고무적인 일이며, 높이 평가할 만 경영철학이라고 본다”고 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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