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 때 레슬링 활동…82년 레슬링협회장 맡아
남아공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확정에 감격
삼성, 프로야구부터 배구, 탁구 등 팀 운영
2012년 영국 런던올림픽 당시 우리나라 선수촌을 찾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여자배구국가대표 선수단을 비롯해 선수 및 관계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 제공] |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전부 저보고 했다고 하는데 이건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만든 것입니다. 저는 조그만 부분만 담당했을 뿐입니다"(2011년 7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성공 후)
2011년 7월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린 이곳에서 독일 뮌헨과 프랑스 안시를 따돌리고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
그 순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약간의 미소만 띠었을 뿐이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참석을 시작으로 2011년 남아공 더반 IOC 총회까지 1년 6개월 동안 170일의 출장을 소화했다. 나이 70을 바라보던 당시 이 회장은 올림픽 유치를 위해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았다.
2011년 7월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강원도 평창이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던 순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삼성 제공] |
굴지의 글로벌 기업 회장이자 IOC 위원으로서 맺은 친분을 십분 활용해 평창이라는 작은 도시를 올림픽 개최 도시로 만들었다.
이 회장은 산업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스포츠사에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그 역시 서울사대부고 재학 시절 레슬링을 했던 경험을 살려 1982년부터 1997년까지 15년간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을 지냈다. 이 기간 한국 레슬링은 황금기를 구가하며 국제대회에서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1982년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을 맡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 회장 역시 서울사대부고 재학 시절 레슬링을 했다. [삼성 제공] |
이 회장 재임 시기 한국 레슬링은 올림픽 7개, 아시안게임 29개, 세계선수권 4개 등 40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삼성은 현재 프로야구, 프로축구, 남녀 프로농구, 프로배구단과 탁구, 레슬링, 배드민턴, 육상, 태권도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특히 야구에 관심을 갖고 1982년 프로 원년부터 2001년까지 삼성 라이온즈의 구단주를 지내기도 했다. 삼성은 이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초창기부터 명문 구단으로 확고히 입지를 다졌다.
이 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국내를 넘어 해외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삼성그룹 회장에 오른 1987년 이전부터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상임위원을 역임한 이 회장은 1993년부터 3년간 KOC 부위원장을 거쳐 199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IOC 위원으로 선출돼 마침내 스포츠 외교의 전면에 나섰다.
고(故) 김운용 위원, 이 회장에 이어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국제유도연맹(IJF) 회장 자격으로 2002년 IOC 위원으로 선출되면서 한국은 2000년대 초반 IOC 위원 3명을 보유해 스포츠 외교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이 2012년 영국 런던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삼성 제공] |
2011년 8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 부부와 참석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삼성 제공] |
2014년 5월 1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이 회장은 정년(80세)을 5년 남긴 2017년 IOC 위원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삼성과 올림픽의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로컬스폰서로 올림픽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1997년 IOC와 톱(TOP·The Olympic Partner) 후원 계약을 해 글로벌 기업으로 본격적으로 발돋움했다.
삼성전자는 올림픽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로 IOC와 인연을 맺고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두 차례 계약 연장을 거쳐 2028년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까지 30년간 올림픽을 지탱하는 IOC 최고 레벨의 후원사로 자리매김했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