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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400야드·女 300야드 ‘장타의 세계’
엔터테인먼트| 2020-10-27 11:17
브라이슨 디섐보의 티샷 모습. [AP]
비앙카 파그단가난. [AP]

최근 골프계에서 장타가 화제다. 오죽하면 장타대회가 따로있는게 골프이니 화제가 된게 특이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한타 한타가 돈인 프로는 말할 것도 없고, 아마추어도 250m가 넘는 장타를 칠 수 있다면 영혼도 팔겠다는 사람도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

미 PGA투어에서 전통적인 공략법을 무시하고 장타에 이은 숏게임으로 US오픈을 제패했던 괴짜 브라이슨 디섐보는 지난 주 자신의 SNS에 ‘드라이브샷 400야드를 넘겼다’며 403.1야드가 기록된 트랙맨 화면을 게시했다. PGA선수 중 마음먹고 스윙하면 400야드를 넘길 수 있는 선수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최근 근육과 체중을 불리면서 장타자로 자리매김한 디섐보이기 때문에 더 관심을 모았다.

LPGA투어에서도 새로운 장타자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Q스쿨을 통과해 올해 데뷔한 필리핀 출신 비앙카 파그단가난(23)이 그 주인공으로 LPGA 투어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레이놀즈 레이크 오코니 대회에서 315야드의 티샷 을 날려 주위를 놀라게 했다. 280야드만 쳐도 장타자로 불리는 LPGA에서 300야드를 넘기는 선수가 등장할 것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신장도 162㎝에 불과하지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따낼 만큼 재능이 충분한 선수다.

디섐보나 더스틴 존슨, 전성기의 타이거 우즈처럼 장타력과 좋은 성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선수도 있지만, 실제로 장타자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쉽지 않다. 멀리 치려다 보면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홈런타자가 타율이 높지않고 삼진이 많은 것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PGA투어의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299.4야드다. 현재 1위 디섐보(344.4야드) 2위 더스틴 존슨(333.8야드)는 각각 상금랭킹과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어 장타력을 성적으로 연결하고 있는 뛰어난 선수들이다. 이들은 장타 외에 스크램블, 아이언, 퍼트 등 다양한 부문에서 고루 뛰어나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세계랭킹 2위 존 람은 장타 21위이고, 세계랭킹 23위인 임성재(305.3야드)는 장타부문 78위로 중간 정도다. 300야드면 대단한 장타자로 불리던게 오래 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장비와 볼, 웨이트로 무장한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350야드는 쳐야 장타 1위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국남자골프도 300야드 시대다.

마이카 로렌 신(미국)이 312야드로 1위, 고태완이 311야드로 2위다. 상금랭킹 1위인 김태훈도 304야드로 5위다. 데뷔 초 장타력에 비해 성적의 기복이 심했던 김태훈은 정교함을 보강하면서 전성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상금랭킹 2위인 김한별도 291야드로 짧지 않은 드라이버샷을 갖고 있지만 이는 27위다. LPGA투어는 파그단가난이 288야드로 1위, 마리아 파시가 282야드로 2위, 넬리 코르다가 272야드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세영이 266.8야드로 한국선수중 가장높은 13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상금랭킹 1위인 박인비는 239야드로 139위, 거의 최하위권이다. 티샷, 어프로치, 퍼트에서 모두 투어 최상위권인 박인비에게 비거리는 그다지 중요한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KLPGA에서는 김아림(257야드) 김지영2(252야드)가 장타 1,2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상금랭킹 1위 김효주는 236야드로 52위, 2위인 박현경도 234야드 정도에 그친다. 최혜진이 246야드로 장타 10위, 상금 9위 등 비교적 균형(?)이 맞는 선수에 속한다.

20대 시절 괴력의 장타자로 불렸던 호주교포출신 이원준(35)은 지난주 KPGA투어 통산 두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의 비거리는 현재 288야드로 45위에 불과(?)하다. 이원준은 한창 장타를 칠때 페어웨이 적중률이 50%도 안됐다. 거리 욕심을 버리고 적중률을 높이니 성적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타는 분명 골프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는 무기다. 하지만 장타가 모든 걸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도 분명하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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