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현장에서] 광장은 차벽, 클럽은 단속, 유원시설은?
뉴스종합| 2020-11-03 10:27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지난 핼러윈 데이에 이태원 등 서울 주요 유흥가에는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방역당국을 긴장케 했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여행·관광 쿠폰을 뿌리고 문화행사를 재개하는 등 다른 방향의 신호를 보내는 마당에 20·30대가 ‘집콕’할 리 만무했다. 이번 핼러윈이 코로나19 재확산의 도화선이 될 것인지는 잠복기를 감안해 이번 주 중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핼러윈 축제로 유명한 이태원으로 단속의 몽둥이를 들고 달려갔지만, 풍선효과까진 깊이 고려하지 않은 듯 하다. 유명 클럽들이 당일 휴업했을 뿐 술집과 음식점, 거리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서울시가 지난 31일 이태원, 강남, 홍대 등 번화가를 찾아 현장 확인한 결과다. 시는 이 날 마스크 미착용, 테이블 간격 유지 위반 등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은 업소 14곳을 적발했다. 위반업소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적용에 따라 2주간 집합금지가 내려진다. 자영업자로선 2주간의 영업정지는 큰 타격이다.

롯데월드 등 도심 유원시설은 어땠을까. 핼러윈 일주일 전인 24일 기자는 롯데월드 안에서 수많은 인파를 확인했다. 오후 6시 넘어 주로 젊은이들이 핼러윈 복장을 하고 무리지어 다녔다. 일부는 사진을 찍느라 마스크를 내린 뒤 수다를 떨었다. 실외시설인 매직 아일랜드에서 핼러윈 특별 공연이 올라갈 때는 100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따닥따닥 붙어 앉아 관람했다. 안전요원은 띄워앉기를 권하지 않았다.

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 뒤에도 2단계 방역에 준하는 실외에서 100명 이상의 집회를 금지했다. 8·15 광화문집회를 의식해서다. 하지만 유원시설 내에서 100명 이상 모여도 현장서 점검하지 않는 한 위반 여부를 알 수 없다.

시는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핼러윈 데이 점검계획을 밝히면서, 롯데월드와 호텔 및 유원시설에 대해서도 특별 방역조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클럽·감성주점 등에 적용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유원시설에 대해선 적용하지 않았다.

시가 법률 자문한 결과, 감염병법에 따라 방역수칙 위반시설에 즉시 집합금지령은 가능하지만 그럴려면 그 사실을 주민에게 알려야한다. 이에 시는 유흥시설 집합금지 안내를 시보, 홈페이지 공고 등으로 사전에 고지했다. 하지만 유원시설에 대해선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는 유원시설의 방역수칙은 일반 유흥시설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놀이시설을 갖춘 롯데월드 같은 종합유원시설의 경우 하루 최대 수용인원의 절반 가량만 수용해야한다. 롯데월드 하루 최대 수용인원은 3만 명이며, 이 기준으로 하루 총인원으로 1만 5000명 이내만 지키면 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롯데월드가 지난 6월에 확진자가 다녀간 뒤 입장객이 5~10%밖에 되지 않는다고 우는 소리를 하더라”며,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대기업 봐주기라고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지점이다. 안그래도 소상공인·자영업자·기업체의 부담 완화를 위한 교통유발부담금 감면 혜택이 지방 세수만 축낼 뿐 대형 유통업체만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 지난 국감에서 나오지 않았던가.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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