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현장에서] 선한 정책과 나쁜 결과 사이
뉴스종합| 2020-11-19 10:13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문재인 정부의 선한 의지가 무섭다. 취지는 공감이 가는데, 효과는 곳곳이 부작용이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출 규제’는 뜻하지 않은 대출 수요를 폭발시키고 있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낮추려는 시도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낮은 곳부터 ‘돈줄’을 조일 가능성이 높다. 임차인을 보호하려다 전세난을 불러온 것은 이미 현실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30일부터 고소득자의 신용대출을 조이겠다고 예고했다. 신용대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현상을 잡기 위한 조치다.

지난 13일 발표된 대출규제 예고에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당장 필요한 돈이 아니더라도 일단 대출을 받고 보자는 심사다. 향후 부동산 자금에 쓰일 가능성이 높고, 가계부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빚이다. 규제 발표 이후 나흘간(13~16일)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증가액(1조11억원)이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의 증가액(6622억원)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지난 16일에는 당정이 법정최고금리를 현행 24%에서 20%까지 내리기로 결정했다. 서민과 취약계층이 고금리로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 결단의 이유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시점과 경기 회복 등을 감안해 시행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최대한 늦췄다는 설명도 붙였다.

정부의 금리 인하 의지에 환호해야할 서민과 취약계층은 오히려 불안하다. 금리 부담보다도 당장 쓸 돈이 급하다. 안 그래도 낮은 신용등급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자금 사정이 더 악화됐는데 대부업체를 통한 급전마저 구하기 어려운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용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6월말 기준 대부업 차주 131만명 중 20% 금리 초과대출을 받은 이들은 전체의 99%로 나타났다. 대부업계에서는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지면 대다수 업체들이 영업은 하지 않고 회수에만 몰두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지난 7월 임대차3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임차인은 법의 보호에 앞서 전세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아파트 분양평가 전문업체 리얼하우스가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월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91.1p(포인트)에 이르렀다. 2001년 8월 193.7p를 기록한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또한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전세 매물을 거둬들일 뿐만 아니라 기존 임차인과 집주인과의 새로운 법적 분쟁을 야기시키고 있다. 급기야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현 정부의 문제의식은 수긍이 간다. 문제를 고치겠다는 의지 역시 인정한다. 다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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