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완성차 연쇄파업 후폭풍…800여 협력사 ‘벼랑끝’
뉴스종합| 2020-11-20 09:22
한국지엠 부품사 모임인 한국지엠협신회 관계자들이 19일 한국지엠 서문에서 '살려달라'는 호소문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한국지엠협신회 제공]

[헤럴드경제 정찬수 기자] 한국지엠(GM)과 기아차의 연쇄 파업이 현실화하면서 이와 연계된 800여 부품사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 수는 총 824곳에 달한다. 이는 전년(831개) 대비 감소한 규모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확실성이 고조된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별로는 현대차(359개)에 이어 기아차 협력사가 343개, 한국지엠 293개, 쌍용차 219개, 르노삼성이 197개다. 올해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룬 현대차와 쌍용차를 제외한 1차 협력사 합계만 800개를 넘는다.

중복 업체를 고려하면 사실상 완성차 5개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부품사 전체가 이번 연쇄 파업에 대한 영향권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부품사와 회사 규모의 축소로 2차 협력사로 내려가는 업체가 늘면서 1차 협력사의 수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지엠 부품협력사 모임인 한국지엠협신회는 19일 성명서를 통해 10월 5064대의 생산 손실에 이어 11월 18일 기준 1만3400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노조의 부분파업이 11월 말까지 계속된다면 총 2만2300대의 생산차질로 목표 대비 51%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업계는 한국지엠보다 상대적으로 생산 규모가 큰 기아차의 생산 축소가 가져올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아차에 납품되는 상당수의 부품이 현대차와 공유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급력은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노조의 전·후반조 부분파업으로 인한 기아차의 생산차질 예상 규모는 하루에만 5000여대에 달한다. 한 달간 잔업·특근 거부와 부분파업을 벌인 한국지엠의 생산차질 규모를 나흘만에 기록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하반기 생산량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이번 부분파업으로 인한 타격이 클 전망이다. 연말까지 노조의 부분파업이 계속된다면 연간 생산량 15만대 달성조차 요원하다. 한국지엠은 핵심 수출 차량인 ‘트레일블레이저’ 해외 주문량을 맞출 수 없어 기대 수익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표가 예상된다.

‘을(乙)’의 입장인 부품사들은 노조의 횡포에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확실한 주문량에 생산라인 유지비 부담이 날로 커지는 데다 완성차 업체나 정부의 지원이 없는 탓에 일부 1차 협력사가 2·3차 협력사의 손실까지 보전하는 극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문승 한국지엠협신회 회장은 “생산 차질이 생기면서 이미 일부 협력업체는 전기세는 물론이고 직원들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업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불안감은 르노삼성차 부품사로 전이되고 있다. 임단협 본교섭이 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조가 교섭력 강화를 위해 쟁의행위에 돌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중단을 경험한 일부 대형 부품사들은 비상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들은 금융사에 손을 벌리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중소 협력사의 도산이 확산할 경우 전체 부품 공급망에 균열이 생겨 완성차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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