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라이프칼럼] 두 번 상처주는 나쁜 부모
뉴스종합| 2020-11-24 11:22

변호사를 하면서 안타까운 순간들이 있다. 기소돼 중형을 선고받고 장기 복역했는데 뜻밖에 진범이 잡혀 재심에서 무죄가 되는 경우다. 형사보상법상 구금일 수에 따른 형사보상청구권이 인정되지만 이미 장기간 구금으로 인생이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져 버렸는데 돈이 무슨 소용인가. 투자 사기당한 돈을 돌려받고자 손해배상청구를 해서 승소 판결까지 받았지만 가해자가 돈을 전부 탕진해버려 피해가 복구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런 경우보다 더 안타깝고 심지어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바로 양육비 미지급의 경우다.

양육비 미지급은 이미 ‘부모의 이혼’이란 상처를 입은 미성년 자녀에게 생활고라는 이중의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올해 초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 관계자에 대해 무죄 판결이 선고된 바 있다.

해당 사이트에 대해서는 각계의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이 사건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또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한부모가족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에 대한 숙제를 우리 사회에 던져줬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이제 더는 단순한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가 됐다.

실제로 한부모가족은 고립된 양육과 생계의 어려움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18년도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혼자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 중 70% 이상이 양육비 지급 의무자로부터 양육비를 전혀 지급받지 못했다고 한다.

취업한 한부모들의 평균 근로·사업소득은 202만원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한부모의 80% 이상이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한부모가족의 미성년 자녀들의 올바른 양육을 위해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하루속히 해결돼야만 한다.

양육비는 자녀의 복리 및 건강한 성장과 직결되며, 나아가 자녀의 생존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성년 자녀는 부모에게 전적으로 생계를 의지하고 있는 만큼 의식주, 교육, 의료 등 자녀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양육비 지급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한부모가족과 그 미성년 자녀가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에 대해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 관심을 가지고 그 해결을 위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그리하여 한부모가족의 미성년 자녀가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도와야 한다.

2015년에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양육비이행관리원도 설립됐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의무자에 대해 운전면허 정지 처분도 내리고, 정부가 양육비를 긴급 지원했는데도 이를 납부하지 않는 경우 국세 체납 처분에 따라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좋은 아빠나 엄마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자식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나쁜 부모가 되지 말자는 ‘부모다운 마음’이 중요하다.

자기는 잘 먹고 살면서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정말 나쁜 부모에 대해 이제 현행보다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법률의 제정을 검토할 때가 됐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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