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확진 451명 사흘째 400명대…일상감염 지속 확산
“어느 장단에 맞춰 거리두기할까”…자의해석 여지까지 남겨
‘하루 1000명 확진’ 경고는 내면서 단계는 유지하는 모순
전북의대 “2m거리두기 불충분…6.5m거리서도 감염”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2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상황과 관련한 방역 강화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오른쪽)의 배석 하에 진행됐다. [연합] |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지금 내가 몇단계에 맞춰 생활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세분화된 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내놓은지 불과 한달이 지났지만, 정부 스스로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데다 지방자치단체 지침과 엇박자를 내면서 시민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당장 2.5단계 수준을 넘어선 수도권에는 ‘2+α’라는 새로운 방식이 적용됐지만, 서울시 자체적으로는 ‘3단계에 준하는’ 천만멈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비수도권은 1.5단계”라고 발표한 것이 무색하게 지역사회에서는 자체적으로 2단계 이상을 적용하는 곳이 늘고 있으며, 부산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까지 72시간 동안 3단계 방침을 발표했다.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51명 늘어 누적 3만4652명이라고 밝혔다. 사흘 연속 400명대다.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수도권 거리두기를 2단계로 유지하되, 수도권 내 방역사각지대에 대한 조치를 강화했다. 사우나 및 한증막 시설, 에어로빅·줌바 등 체육시설, 관악기·노래 교습, 호텔 파티룸 등의 운영을 당분간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이미 2.5단계 기준을 넘어선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듯,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천만멈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연말까지를 ‘천만시민 긴급 멈춤 기간’으로 선포한다”며 “서울은 인구밀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아 n차 감염 우려가 높은 특성을 반영,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선제적인 조치를 결단했다”고 밝혔다.
중대본의 ‘비수도권 1.5단계’ 방침도 적합성을 떠나 일관된 적용기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 1일 현재 전북 전주·익산·군산, 경남 창원·진주·하동, 강원 원주·철원·홍천 등은 자체적으로 2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지자체의 공식 적용단계는 2단계이지만, 여기에 더해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수능을 앞두고 72시간 동안 3단계 수준으로 방역수준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시민들은 정부의 발표와 실제 거리두기 시행의 엇박자를 두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런 모습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준이 복잡하고 애매한데, 개개인에 따라 자의해석할 여지까지 남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방모(41) 씨는 “어차피 알아서들 할거면 무엇 때문에 복잡한 거리두기 방침을 내놓은 지 의문”이라며 “정부는 수도권이 2단계, 아니 ‘2단계+α’로 충분하다고 하지만 서울시는 이미 3단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방증아닌가. 중대본이 지방의 경우 1.5단계를 제시했지만 2단계 이상을 적용하고 있는 곳이 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모(38) 씨는 “차로 1~2시간만 가면 수도권을 벗어날 수 있는데, 처음부터 ‘눈가리고 아웅’식 정책 아닌가”라며 “풍선효과가 우려된다”고 했다.
정부가 거리두기는 유지하되 경고 메시지는 부각하는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중대본 브리핑을 통해 “현재 감염 재생산지수가 1.43이다. 이 경우 1~2주 후 감염자가 얼마 정도 생기느냐는 것을 단순히 계산해보면 많게는 700~1000명까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한 명의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몇 명에게 옮겼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지난달 초 발표한 5단계 지침 자체가 다소 느슨한 면이 있지만, 어쨌든 정해놓은 기준을 엄격 적용해 지켜야 한다”며 “코로나19에 대한 경고는 이어지고 있는데 거리두기는 (기존 단계로) 유지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한편 실내 공간에서는 6.5m 거리에서도 장거리 비말 감염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이주형 교수팀은 지난 6월 17일 전주시 확진자의 감염 경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며 현행 2m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과 2m 내 접촉만을 ‘밀접 접촉’으로 간주하는 방역지침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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