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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은 임대에 살고 싶지 않다[부동산360]
뉴스종합| 2020-12-14 10:46

“임대가 아닌 분양 주택을 늘려주세요.”(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자가 주택에 살고 싶은 게 보통사람들의 욕구인데 왜 자꾸 임대에 사는 걸 장려하는가”(헤럴드경제, ‘문대통령, 변창흠과 공공임대 현장방문…“누구나 살고 싶게, 질적 혁신”’ 기사의 댓글 중)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경기 화성시 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임대주택 단지를 살펴보고 있다.[연합]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화성 동탄 공공임대주택을 둘러보고 ‘2025년까지 양과 질이 확보된 공공임대주택 240만호를 공급하겠다’, ‘중산층이 거주할 수 있는 중형 공공임대를 6만3000호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후, 각종 부동산 관련 포털 게시판은 부정적인 평가 일색이다. 중산층은 내 집 마련을 원하지 공공 임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중산층을 위한 공공임대인 ‘10년 공공임대’(10년간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면서 살다가 10년이 지난 후, 감정가로 책정된 분양가로 우선 분양 전환 받을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는 한 청와대 청원인은 “임대주택은 결국 임대주택에 불과하다”면서 “집값이 치솟아 분양전환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불가능하고, 기존 다른 주택을 사긴 더 어렵게 돼 임대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암담하다”고 하소연했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임대주택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어떤지 뚜렷이 드러난다. ‘2019년 주거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고 응답한 우리나라 국민은 84.1%로 전년(82.5%) 보다 1.6%포인트나 더 높아졌다. 집값 하락기로 통하는 2010년(83.7%) 보다 높고,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82.0%)보다 상승했다. 특히 주거 문제에 한참 민감한 40대의 내 집 마련 욕구가 급등했다. 집을 보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2014년 조사에선 75.2%였으니, 2019년엔 84.7%로 10%포인트 수준이나 뛰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아무리 “집은 사는(buy) 게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고 강조해도 국민들의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같은 주거실태조사엔 우리나라 전세 가구의 평균 거주 기간이 3년(3.0년)인 것으로 나온다. 자가(10.7년)는 물론 월세(3.2년) 보다 짧다. 전세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늘 전체 주거유형 중 가장 짧았다. 2010년엔 3.3년, 2016년엔 3.4년에 불과했다.

전세가구의 거주기간이 짧은 건 전세는 집을 사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월세엔 집을 살 밑천이 아직 많이 부족한 1~2인가구가 주로 거주한다.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까지 기본적인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월세 거주기간은 다소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전세에 들어갈 수 있는 돈이 마련되면, 이때부터는 청약통장을 가입하고 내 집 마련을 준비한다. 전세에 거주하면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대출을 활용해 자가를 마련하는 게 대부분 중산층의 삶이다.

‘질 좋은 공공임대 주택을 지어 30년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공약이 국민들의 생각과 어긋나는 건 이 지점이다. 당장 정책 입안자들을 향해 ‘임대주택이 그렇게 좋으면 당신들이 거기 들어가 평생 살라’는 반응이 무수히 따라 온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인 2681만명은 청약통장에 가입해 새 아파트 분양을 노리고 있다.

국민들의 내 집 마련 욕구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숫자다.

전세난의 해법은 공공임대 공급을 확대하는 것 외에도 전세 수요를 매매로 돌리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무주택자들의 집을 살 수 있도록 대출을 완화하고 세금 규제를 풀어라”, “다주택자들이 손해 본다는 생각이 덜 나도록 세금 규제를 최소한으로 풀어 매물이 나올 수 있게 하라” 오늘도 각종 부동산 게시판은 정부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으로 뜨겁다.

박일한 건설부동산부 팀장/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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