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급식 대신 라면, 1년새 15㎏ 불어난 아이…직장맘이 죄”
뉴스종합| 2021-01-08 08:58

지난해 11월 양천구 방과후 교실 이용 아동 대상으로 건강검진이 이루어지고 있다 [양천구 제공]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워킹맘 조모(42)씨는 지난달 병원에서 딸아이의 몸무게를 재고 근심이 늘었다. 조씨의 둘째 딸인 김은영(가명·11)양의 키는 156㎝에 불과한데 체중은 67㎏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김양은 1년새 15㎏이 찐 데다가 열네살인 첫째 딸도 몸무게가 7㎏ 늘었다. 성조숙증으로 매달 소아청소년과에서 정기 검진을 받는 김양은 지난달 혈액검사에서 지방간 수치마저 높게 측정됐다.

지난 1년 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만 아동·청소년이 급증하고 있다. 야외 활동량이 줄고 학교에서의 돌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탓이다. 특히 맞벌이 가정에서는 자녀의 식습관 관리마저 쉽지 않아 어린이·청소년 건강에 건강에 빨간불이 커졌다.

조씨는 “라면도 못 끓여 먹던 아이가 이제는 혼자서 베이킹까지 할 줄 안다”며 씁쓸해했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김양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로 집에서 인스턴트 음식이나 즉석조리식품을 사두고 볶음밥이나 라면으로 혼자 끼니를 해결했다. 조씨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해 두 딸의 점심·저녁 식사를 제때 챙겨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씨는 “주위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1년 새 돼지가 됐다’며 우스갯소리로 말하지만 큰일이다”며 “(아이를)제대로 못 챙긴 내 죄다. 직장맘이 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년 동안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맞벌이 가정 아동뿐 아니라 급식 지원을 받는 아동들도 영양 불균형 문제로 쉽게 비만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점심을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급식카드’를 들고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잦아졌다.

전문가들도 코로나19로 인한 소아 비만 문제에 우려를 표했다. 소아 비만 환자들은 성인보다 식습관 개선과 체중 조절이 쉽지 않은 데다가 성인이 돼서도 성인병과 같은 질환에 더욱 취약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6~12세 초등학생 아동 188명 대상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이 본격화된 지난해 2~3월과 3개월 후인 같은 해 6월 상태를 비교해본 결과 아동들의 체질량지수(BMI)가 18.5㎏/㎡에서 19.3㎏/㎡로 늘었다. 과체중 아동 비율은 24.5%에서 27.7%로 늘었다. 같은 아동들을 대상으로 3개월 후 진행한 지난해 9월 연구 결과 과체중 아동 비율은 30.2%로 증가했다.

이기형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난해 9월까지 진행한 연구에서는 과체중 아동 비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며 “정기적으로 내원하는 소아 환자들도 지난 몇 달 동안 급격히 체질량 지수가 증가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비만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도 “지난해에는 특히 소아 비만 아동이 늘었음에도 초등학교의 정상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에 이들을 추산하고 제대로 관리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소아 비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국민건강보험법과 학교보건법 개정을 통해 6~20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국가 검진을 도입해야 한다. 체계적인 소아 비만 관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oohe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