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인권대응네트워크 집담회
노인·취약층 우선 접종 세웠지만
데이터·인프라 부족…실효성 의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지난 2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
정부가 2월부터 시작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 계획을 밝힌 가운데, 취약계층 접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시행 과정에서 차별과 불평등이 발생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가 지난 28일 오후 온라인으로 개최한 ‘백신인권집담회’에서 김창엽 시민건강연구소 소장은 “기존 불평등 구조가 백신 접종에도 그대로 나타난다”며 “시간과 정보가 부족하고 이동비용이 발생하는 비수도권 노인, 탈시설 노숙인·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이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같은날 발표한 접종 계획은 1순위로 코로나19 치료병원 및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에 접종하고, 2분기부터 65세 이상 노인과 노인·장애인·노숙인 등 코로나19 취약시설 입소자·종사자를 접종 대상으로 했다. 백신 접근성 제고를 위해 위탁의료기관 1만개소를 운영하고, 방문접종도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 지자체와 민간위탁기관이 접종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는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의 데이터 부재와 인력·자원 부족 등으로 정부 방침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김 소장은 “정부가 지침을 마련했지만 각 지역, 조직, 직장 안에서는 다시 미시적 배분이 일어난다”며 “상당 부분 민간위탁이 이뤄질텐데,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접종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경제적 원리가 작동하는 위탁병원 입장에서 불리한 조건에 있는 고위험군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접종하려고 노력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방정부 역시 사회·경제적 조건상 감염 위험이 높은 취약집단을 다 파악했는지, 이들에 대해 우선 접종할 인력과 여건이 마련됐는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지자체에 취약계층이 우선순위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당부하더라도, 관련 자료, 인프라가 없는데 지자체가 알아서 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지방정부, 위탁기관에 책임을 의도적으로 떠넘기는 것밖에 안 된다. 국가 차원의 자원 배치, 재정·인력 투입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자원·기술을 확보, 지원하고, 모니터링하는 쌍방향 분권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향식 정책결정 과정에서 불평등·소외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집단과의 사회적 논의가 거의 없었다”며 “적극적인 시민사회 참여가 필요하고, 시민사회도 백신 접종에서 불평등 문제가 더 크게 빚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도 “미시적 단위로 갈수록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고, 우선순위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접종 우선순위는 시민사회와 논의하면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