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 외 정전 사태로 2390억원 수익
“전기·가스 사용권 미리 매입해 횡재”
텍사스주 전기 민영화로 극심한 경쟁
전기 공급업체 얼음제거장치 미설치
지난주 미 텍사스주 일대를 급습한 한파에 정전사태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어지자 어린이들이 얼음집 ‘이글루’에서 쉬고 있다.[AP]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호주 투자은행 맥쿼리가 지난 주 미국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정전 사태로 2억1500만달러(약 2390억원)에 달하는 뜻밖의 횡재를 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텍사스 등 여러 주에서 북극 폭풍이 불러온 한파로 정전 사태가 초래되자 전기와 천연가스 도매가가 급등, 이를 취급하는 맥쿼리가 큰 급전적 이익을 봤다.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이 지역의 전기와 가스 사용권을 미리 매입한 업체가 뜻밖에 큰 수익을 올린 것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맥쿼리는 3월까지 포함되는 올해 1분기 매출 목표를 늘려 잡았다. 세후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 대비 5~10% 높아질 것이라고 밝힌 것. 애초 지난 9일 발표한 목표 수치상으로는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맥쿼리 측은 “혹한의 한파가 단기 고객 수요를 높였고, 전력과 가스를 공급하는 맥쿼리가 그 수요에 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쿼리의 갑작스런 수익 급증은 연료 공급 부족이 얼마나 큰 수익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고 WSJ는 설명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산업은 한 때 붐이 일었지만 가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셰일업계 파산으로 이어졌는데,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면 가격이 치솟는다는 것이다.
기록적인 한파 이후에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의 대규모 정전사태의 근본 원인은 전기시장의 민영화인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텍사스주 전기시장이 미국 내에서도 가장 급진적으로 탈규제·자유시장화가 정착됐으며, 이로 인해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텍사스주는 지난 1999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주지사로 재임하던 당시 전기공급의 책임을 민간 업체들에 이양하는 시장화 정책을 도입했다.
전기공급업체들이 원한 정책이었고, 업체간 경쟁을 촉진하면 전기요금도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주민들도 찬성했다.
하지만 이후 텍사스에 220여개의 전기 공급업체가 난립했고, 이들이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며 무리한 비용절감으로 이어졌다.
텍사스 전력 생산의 7% 가량을 차지하는 풍력 발전의 경우 겨울철에 온도가 떨어지면 터빈에 발생하는 얼음을 제거하는 장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전기 공급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남부 텍사스에 한파가 닥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얼음제거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
텍사스 전력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력발전소 또한 대부분 실내가 아닌 실외에 설치돼 한파가 닥치자 주요 부품이 얼어 가동이 중단됐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