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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3학기’째…대학별 장애학생 학습권 격차는 ‘여전’[촉!]
뉴스종합| 2021-02-25 10:35
지난해 8월 부산 부산진구 동의대에서 한 교수가 동영상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1년 넘게 이어지며 장애 대학생들의 학습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른 가운데 일부 장애 대학생들은 수업 접근성이 개선돼 가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불확실성이나 대학별 격차는 여전한 숙제로 지적됐다.

시각장애인인 김수연(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씨는 25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원격강의 환경에서 생긴 접근성 문제들을 혼자서 해결해야 했다”고 말했다.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녹화 강의는 듣기 수월했으나 줌이나 유튜브 등을 이용하는 강의에는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 김씨의 전언이다.

특히 화상 프로그램에서 스크린 리더(시각장애인들에게 화면 내용 등을 음성으로 알려 주는 장치)를 작동하는 방법을 김씨도, 비장애인들도 몰라서 도움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비장애인 학생들은 이모티콘도 눌러보는 등 다른 기능들을 시도해 볼 때 저는 수업 듣는 데 기본적인 기능인 음 소거, 화면 끄기도 못해서 교수님에게 따로 물어봐야 했다”고 말했다.

김씨를 비롯한 장애 대학생들은 지난 1년간 원격수업에서 사용되는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강의를 들을 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음성 번역, 자막 등 기능이 기초적인 탓에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하거나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하면 알아듣기 힘들었다.

거리두기 여파로 장애 대학생들의 학습 도우미 규모도 축소됐다. 전국 대학의 총학생회와 장애인권 학생단체들은 지난해 5월 “시혜적 대책이 아니라 교육 공공성 관점으로 장애인 배리어 프리를 보장하라”는 연대 성명을 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장애 대학생의 원격강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을 약 15억원 마련했다. 교육부는 지난 16일 ‘2021년 장애대학생 원격수업 수강지원 기본계획’을 신설해 점자 정보 단말기(시각장애인용), 한손용 키보드(지체장애인용) 등 보조 기기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승원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장대넷) 위원장은 “교육부 지원으로 대면수업 때에도 살 수 없었던 기기들을 살 수 있게 됐다”며 “2020학년도 2학기부터 구조적인 문제들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원격강의에서도 대면강의 때처럼 학습 도우미가 청강생으로 참여해 장애 대학생의 수업을 돕도록 바뀌었다. 장애 대학생이 발표할 때는 학습 도우미가 대신 화면을 켜고 발표 자료를 넘겨주거나 메신저로 필요한 부분을 말하면 즉각 반영해 주는 형식이다.

그러나 대학별 격차는 숙제로 남아있다. 정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인터뷰나 설문을 돌려도 대학별로 응답이 1~2개로 적어 불편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서울권 대학에서는 어려움이 많이 해소됐지만 상황이 더 열악한 지방 대학들에 대한 지원 체계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국립특수교육원은 지난해 3~12월 전국 423개 대학 캠퍼스의 교수·학습, 시설·설비 등을 보고 점수를 매긴 ‘2020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를 지난 9일 발표했다. 이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90점 이상)을 받은 캠퍼스는 39개(9.2%), 우수 등급(80점 이상 90점 미만)은 93개(22.0%)로 나타났다. 이 대학들은 신청을 하면 평균 1500만원 안팎의 원격 강의 보조 기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291개 캠퍼스(68.7%)는 8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아 원격 강의 보조 기기 지원금도 받지 못하게 된다.

대학 규모가 작을수록 장애 대학생의 교육복지 지원 수준도 낮아졌다. 대규모 대학 (학생 2500명 이상 일반대학·2000명 이상 전문대학, 원격대학 등)은 평균 76.1점을 받았지만 소규모 대학(학생 1250명 미만 일반대학·1000명 미만 전문대학, 교육대학 등)은 72.5점을 받았다.

장애 대학생과 장애인권단체들은 향후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에는 ‘디지털 기반의 원격교육 활성화 기본법안’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장대넷과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등은 오는 26일 집담회를 열고 해당 법안들에 장애대학생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살펴보고 대학별 장애학생지원센터 구조 개선 방향 등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장애대학생과 장애인권단체들은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에는 ‘디지털 기반의 원격교육 활성화 기본법안’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장대넷,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이하 협의회) 등은 26일 해당 법안들에 대한 집담회를 연다.

이학인 협의회 사무국장은 “기본법이기는 하나 장애인 접근성이나 차별 금지에 대한 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정부에서 지난 한해 내놓은 정책 중 실효성이 없다거나 모든 대학생이 포함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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