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7년 징크스’ 넘고, 2세대 아이돌이 돌아온다
라이프| 2021-03-02 09:06
2007년 이후 데뷔해 한국을 넘어 K팝의 인기를 전 세계로 확장한 2세대 아이돌이 돌아오고 있다. 데뷔 14년차를 맞은 샤이니를 시작으로 2PM, 하이라이트가 복귀 시동을 걸고 있으며 빅뱅의 지드래곤이 신곡을 작업 중이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우리 아직 건재해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것뿐이에요.”

‘K팝 2세대’ 주자인 샤이니의 키는 2년 6개월 만의 컴백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K팝의 세대 구분은 통상 네 세대로 한다. 1990년대 후반 H.O.T의 등장과 해체를 1세대, 2007년 원더걸스 소녀시대 빅뱅 샤이니 2PM 등을 통한 K팝의 영역 확장기를 2세대, 방탄소년단 트와이스로 대표되는 3세대와 2019년 이후 데뷔해 현재 등장 중인 4세대가 있다.

있지(ITZY), 에이티즈(ATEEZ), 트레저, 엔하이픈 등 4세대까지 등장한 업계에서 2세대 아이돌은 한 시대를 풍미하고 지나간 트렌드처럼 여겨진다. 전 세계로 이름을 떨친 2세대 아이돌은 물론 무수히 많은 그룹들이 현재 해체했으며,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보이그룹의 경우 ‘군백기’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지금 2세대 아이돌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이들의 컴백이 가지는 의미는 여러모로 남다르다. 사실 표준계약서가 명시한 최장 7년의 계약 기간을 뛰어넘어 ‘장수돌’ 반열에 오르기란 쉽지 않다. 가요계엔 오죽하면 ‘7년차 징크스’라는 말까지 있다. 7년의 계약 기간 이후 활동 종료와 그룹 해체가 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턴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활동이 꽉 막혀버린 탓에 5~6년차에 접어든 아이돌 그룹은 계약 만료를 앞두고 불안감이 커졌다. 톱아이돌이 아닌 경우 이 시기에 접어들며 소속사와 그룹 모두 계약 종료를 염두한다. 가요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계약 기간 후반부는 그룹의 활동 종료 이후까지 고려해 최대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활동에 박차를 가한다. 연습생 시절, 데뷔 초창기를 거쳐자리를 잡기까지 노력해온 것을 수확하는 시기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있었다. 5년차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작년엔 코로나19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수익이 0원인 그룹도 적잖다”라며 “향후 활동이 보장된다면 다행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대로 끝나버릴 수 있으니 모두 답답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돌 그룹의 수명이 짧은 만큼 오랜 시간 자리잡고 활동하는 그룹들의 복귀가 반갑다. 다시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다”고 했다.

2008년 데뷔, 올해로 14년차를 맞은 샤이니는 컴백 당시 “우리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대표 주자는 샤이니다. 올해로 데뷔 14년차를 맞은 샤이니는 지난 달 22일 2년 6개월 만에 컴백, 일곱 번째 정규앨범 ‘돈트 콜 미(Don‘t Call Me)’를 발표했다. 샤이니는 2018년 9월 정규 6집을 발표한 뒤 온유, 키, 민호가 차례로 입대했으며 최근 제대하고 완전체로 돌아왔다.

2008년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한 샤이니는 ‘링 딩 동’, ‘루시퍼’, ‘뷰’, ‘셜록’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고, 한국을 넘어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북미 지역까지 사로잡았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샤이니를 알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했을 정도다.

오랜만의 컴백은 음악적 성장과 변화에 방점을 뒀다.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힙합 장르에 샤이니만의 색깔을 담았다. 멤버 태민은 “터닝포인트 같은 앨범”이라고 했고, 키는 “이 정도로는 변해야 우리의 음악적 변화가 도드라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시간이 무색하게도 무대 위에서 부서질 정도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샤이니의 ‘건재’를 보여주고 싶다는 멤버들의 이야기처럼 컴백과 동시에 이들의 건재함은 입증됐다. 정규 7집 ‘돈트 콜 미’(Don‘t Call Me)는 발매와 동시에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아랍에미리트, 호주, 싱가포르 등 세계 45개 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또한 중국 QQ뮤직·쿠워뮤직 디지털 앨범 판매 차트와 일본 라인 뮤직 앨범 톱 100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국내에선 신나라레코드, 예스24, 교보문고 등 음반 차트에서 일간 1위를 차지했다.

2PM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2PM도 슬슬 시동을 걸고 있다. 올초 2PM의 멤버 옥택연, 준케이, 우영에 이어 찬성까지 전역했으며, 준호는 이달 전역을 앞두고있다. 군 복무와 무관한 태국인 멤버 닉쿤을 제외하며 3월 중 모두가 ‘군필돌’이 된다.

우영과 찬성, 준케이는 이미 예능 프로그램과 JYP엔터테인먼트의 자체 예능 콘텐츠 ‘와일드 식스(wild six)’ 유튜브를 통해, 옥택연은 현재 드라마 ‘빈센조’(tvN)를 통해 복귀 시동을 건 상태. 2PM 멤버들 역시 “다 함께 좋은 콘텐츠로 찾아뵙겠다”며 “2PM으로 꽉 채운 2021년을 기대해 달라”고 말해 ‘완전체’ 컴백에 기대를 높였다.

2PM은 2008년 데뷔, 미소년 보이그룹이 대세를 이루던 때에 K팝 최초의 ‘짐승돌’로 불리며 유일무이한 캐릭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트비트’, ‘10점 만점에 10점’, ‘어게인 & 어게인’, ‘니가 밉다’ 등이 큰 인기를 모았다. 2015년 발표한 ‘우리집’ 무대 영상은 지난해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역주행 신화를 썼다. 또한 지난해 발표한 베스트 앨범은 일본 오리콘, 타워레코드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컴백 기대가 가장 높은 2세대 아이돌 그룹은 빅뱅이다. 빅뱅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마치고, 지난해 미국 유명 음악 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컴백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축제가 취소돼 팬들의 아쉬움이 컸다. 이후 이렇다 할 컴백 소식은 전하지 않았으나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지난해 말 신곡을 작업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복귀 기대감을 높였다.

대선배가 된 2세대 아이돌의 컴백을 팬들 못지않게 반기는 것은 후배 그룹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보이그룹의 멤버는 “아이돌로서 수명과 이후의 활동을 고민하고 있는 때에 선배들이 다시 돌아와 성공적으로 활동해주면 정말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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