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조두순에게 달려간 유튜버들, 그게 올바른 건가요?" 표창원 인터뷰 [대화한잔]
라이프| 2021-03-07 13:49
표창원 PICS 소장 [사진=신보경 PD]

[헤럴드경제]"언론 산업은 범죄를 상품화하고 있어요. 조두순에게 분노를 일으켜 달려간 유튜버들. 그들의 태도는 올바른 시민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나요?"

작살처럼 날카로운 비판이 나왔다. 표현은 정제됐지만 메시지에는 거침이 없었다. '속보'와 '단독' 경쟁에 빠진 언론계에는 "반성의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과 없이 이슈몰이에만 치중하는 일부 '도 넘은 유튜버들'에 대해서도 "사회안정에 도움이 안된다"고 일침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인근에서 표창원 PICS(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신사의 품격'과 '전사의 용맹'을 함께 말하는 그는 금뱃지를 내려놓고 라디오 DJ로 활약하고 있다. 교수와 국회의원 시절, 백발을 고수했던 그는 최근에는 머리를 검게 염색하고 다닌다. 눈썹문신도 했다. 그는 "프로 방송인이 다 됐다"는 질문에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며 큰소리로 웃었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 놓인 국민들에게는 격려의 메시지도 남겼다.

하지만 범죄 얘기에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언론이 '정인이 살인사건'이라고 칭해온 양부모 학대사건에 대해서는 '양천구 16개월 입양아 양부모 학대사건'이 맞는 표현이라고 했다. 자극적인 표현과 피해자 죽이기를 그만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이슈가 터지면 졸속 법안을 내놓기만 바쁜 정치권의 태도도 "잘 못 됐다"고 말했다.

■ 한국사회의 '범죄' 다루기... 큰 맥락에서 잘 못 됐다

-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1년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최근 근황이 궁금하다.

= 다양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표창원범죄과학 연구소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쉽지가 않다. 그외 다양한 방송 활동을 한다. MBC 뉴스하이킥 라디오 진행을 한다. 얼마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라디오 부문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 라디오를 진행사니까. 시사문제는 계속 보실 것 같다. 최근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많은 언론보도에서 계속 강력범죄가 증가하는 것처럼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 범죄학에서는 '범죄 포화의 법칙'이라는 용어가 있다. 한 사회의 물리적·사회적인 환경이 일정하게 되면 그 사회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일정하다는 것이다. 실제 인구 10만 명 당 강력범죄의 발생 빈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강력범죄는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다. 그것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관심을 두느냐. 얼마나 진지하게 쳐다보느냐. 피해자에 대한 배려나 존중, 또는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뿐이다.

- 요새 논란이 되는 강력범죄에 관한 생각은 어떤지?

= 최근 논란이 되는 '양천구 양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살인 사건'이 있다. 언론은 이 사건을 '정인이 사건'이라 칭하며 잔악한 상처 부위를 언급하는 데 치중한다. 그리고 가해자인 양부모를 괴물시한다. 여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언어로서는 피해자에 대한 동정이나 연민, 관심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론 피해자의 사생활을 파고들고 그들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이런 지점에 대해 조금 반성적 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피해 상처를 부각시키고, 가해자를 괴물시하면 사건의 본질이 흐려진다. 아주 예외적인 괴물들만 강력범죄를 저지른단 논리가 되니까. 괴물은 검거됐으니까라고 생각하게 한다. 결국 "왜 이런 문제가 생겼냐"는 물음은 없어진다. 이런 옐로저널리즘은 지양해야 한다.

조두순에게 분노를 일으켜 달려간 유튜버들 또한 마찬가지다. 조두순 집에 달려간 유튜버들의 행동을 올바른 시민적 태도라고 볼 수 있나? 그들로 인해 조두순이 사는 집 이웃분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들 행동이 우리 사회 안정을 위해 도움을 주지도 않았다.

- 그럼 어떤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하나?

= 범죄 현상에 대해서 무엇이 문제이고,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 차분하게 이야기를 끌어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사회는 충격을 받고, 국회는 법안을 내놓는다. 그런데 몇 년 지나면 또 똑같은 사건이 발생하고 아동학대 사건의 발생 빈도도 줄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야 한다. 문제의 원인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철저한 조사를 하고 이를 통해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어린아이를 어떻게 보느냐도 연관이 돼 있다. 우리가 어린아이를 똑같은 동등한 인격체로 보고 있는지를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표창원 PICS 소장 [사진=신보경 PD]
■ '방송인'으로서의 표창원

- 정치는 이제 안 하는 건가? 최근 정치권이 시끄러운데 따로 연락을 받은 건 없는지?

= 정치는 일절 생각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사적인 만남을 많이 갖기보다는, 공적인 업무에 치중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에도 정치권과의 교류는 없다.

- 정치할 땐 흰머리를 고수하시더니, 최근에는 염색하신다.

= 그렇다. 분위기 전환. 그리고 이미지 변신을 목표로 염색을 하고 있다. 새롭게 방송인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라디오를 듣고 보는 청취자·시청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 그러고 보니 눈썹 문신도 했다.

= ... (웃음)

- 일상은 어떤지? 코로나 때문에 잘 돌아다니지도 못하겠다?

= 그렇다. 방송이 있을 때만 나오고 많은 시간을 거처에서 보내는 편이다. 밖으로 잘 나오지 못하니 일종의 코로나 블루 같은 현상을 겪기도 했다. 우울해지고 자꾸 비관적인 생각이 들고 그러더라.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서 예전같은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작은 일에 자꾸 화가 나기도 하. 좋은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면서 극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특별한 극복 노하우가 있는지?

= 모든 것을 '최대한 즐겁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책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다양한 것을 보고 거기서 즐거움을 찾으려 한다. 운동도 많이 하려고 하고, 가족들과는 대화를 많이 나눈다. 아무래도 대화를 나누고 힘든 점을 가족과 공유하다보면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최근에는 범죄와 관련된 영화를 장르별로, 또는 콘셉트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범죄영화라고 해도 다 똑같은 범죄영화가 아니지 않나? 나오는 범죄 양상도 다르고,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지도 다르다. 이렇게 한 가지 업무에 몰두하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

- 코로나19로 많은 분이 힘들어 한다. 코로나19로 힘든 분들을 위한 극복의 노하우를 주실 수는 없는지?

= 많은 분이 힘들어 하신다. 자영업자도 그렇고,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그렇고. 코로나 때문에 생계가 어려우신 분들도 많다. 한국 사회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한국전쟁과 군사독재, 국가부도 등등. 하지만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가장 힘들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예전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면서 극복하는 데 힘을 쏟아봤으면 한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서로 격려하면서 응원하면 문제를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분이 부디 힘내셨으면 한다.

■ 대화한잔 : 표창원 PICS 소장 인터뷰

zzz@heraldcorp.com

기자·진행 김성우 / PD 신보경, 우원희, 정아휘 / 디자인·CG 허연주, 변정하 / 제작책임 이정아 / 운영책임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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