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공급대책 반드시 일정대로”
문제 해결하며 ‘공급 정상화’ 의견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부동산 시장을 휩쓴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공급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밝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투기 의혹으로 얼룩진 지역에서 별다른 계획 변경 없이 사업을 이어가면 국민의 불신이 심화하고 결국 제대로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예 신도시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83만가구를 공급하는 2·4 공급대책을 포함한 주택공급대책은 반드시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 있다. [연합뉴스] |
이번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광명·시흥지구는 정부가 2·4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달 24일 발표한 수도권 신규택지다. 총 6곳의 3기 신도시 중에서 최대 규모(1271만㎡)로 총 7만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운 곳이다. 정부는 개발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분 쪼개기’, ‘묘목심기’ 등 개발이익을 기대하고 움직인 정황이 포착된 지역을 신도시로 밀고 나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여론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광명·시흥의 일부 주민들은 “LH가 토지 권력을 휘둘렀다”며 신도시 지정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지난 5일 ‘제3기 신도시 철회 바랍니다’는 글이 올라왔고, 여기에는 8일 오전 기준 2만4000여명이 동의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상에 올라온 ‘3기 신도시 반대’, ‘신도시 계획 변경, 담당자 교체하라’ 등의 글에도 수십명에서 수백명이 추천을 누르고 있다.
신도시 지정 취소가 LH 직원 등 혹시 모를 다른 투기 가담자들에게 실질적인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여론이 확대되는 배경이다. 이번에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은 조사 결과에 따라 공공주택특별법·부패방지법·공직자윤리법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업무 중 얻은 정보’를 사용했다는 걸 밝혀내지 못하면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설사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몇천만원 수준의 벌금형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신도시 지정 취소를 하지 않으면 이들이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수십억원의 차익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LH 직원의 토지 매입가격 100억원 중 대출 추정액만 58억원인데, 신도시 지정 취소로 토지가 방치된다면 사실상 이들에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면서 “지금 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하더라도 소급 적용이 안 되는 만큼 실질적인 처벌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투기수요 억제’를 강조해온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2·4 대책 발표 이후 거래가격 또는 거래량이 예전보다 10~20% 이상 상승하는 지역은 각종 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올바른 선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주택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 정책을 믿고 따라간 무주택자까지 신도시 지정 취소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 3기 신도시 청약을 고려해 광명에 전세계약을 한 A씨는 “당장 2023년에 사전청약을 한다고 해서 서둘러 계약했는데 LH 직원의 땅 투기 탓에 신도시가 취소되면 이에 대한 보상은 누가 해주는 것이냐”라며 “2년간 청약을 위한 거주기간은 물론 전세금도 묶이는 것이어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