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성난 민심에 기름 부은 LH 투기 의혹 1차 조사
뉴스종합| 2021-03-12 11:21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지만 정부의 LH 사태 1차 조사 결과는 국민적 의혹을 풀어주기에 한참 모자랐다. 앞서 참여연대와 민변은 제보받은 경기 광명·시흥의 일부 필지만 특정해 단 하루 찾아본 결과, 13명의 투기 의혹을 찾아냈다. 이 조사를 신도시 전체로 확대하면 당연히 몇 곱절의 사례가 적발되리라고 국민은 예상했다. 그런데 조사 대상을 LH와 국토부 직원 전체(1만4300여명)로 확대하고 방대한 정부 조직을 동원해 7일간 신도시 8곳을 뒤져 추가 적발한 인원이 고작 7명이란다. 그야말로 ‘태산 명동에 서일필’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온라인 등에선 “국민을 바보로 아느냐” “선거를 앞둔 겉핥기쇼”라는 반발여론이 거세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이번 1차 조사는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 ‘선 조사-후 수사’ 방침이 정해지면서 먼저 이뤄진 조사는 국토부·LH 직원 명의의 토지거래 기록만 살펴봤을 뿐, 배우자나 가족 명의의 거래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사람 이름 갖고 명단 맞추기식으로 전수조사해봤자 차명, 미등기 거래 등 진짜 투기꾼은 가려낼 수 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수사전문가들이 돈 되는 땅과 돈의 흐름을 즉각 대대적으로 뒤져야 했다고 한 이유다.

경찰은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일주일 만인 지난 9일에야 LH 진주본사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들어가 뒷북 논란을 빚었다. 투기 의심자들에게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면서 이들이 사전에 업무상 비밀을 공유했는지 가릴 자료(휴대전화 메시지 등)를 확보할 수 없게 됐다는 비판이다. 1990년 1기 신도시, 2005년 2기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 때 검찰이 대검찰청에 합동수사본부를 차려 경찰청·건설부 등과 함께 처음부터 강제력을 수반한 수사에 나서 성과를 거둔 것과 비교된다.

정부는 조만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공기업 직원과 가족 등 10만여명에 대해 2차 전수조사를 벌일 계획을 밝혔다. 정세균 총리는 “이 잡듯 샅샅이 뒤져 티끌만 한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770명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도 가동된다. 그러나 1차에서 보았듯 지금대로라면 헛심만 쓰고 알맹이는 없는 ‘맹탕수사’로 흐를 공산이 크다. 차명, 미등기, 명의 신탁, 법인 설립 등으로 위장·은폐하고 있는 투기꾼들을 적발하려면 수십년의 노하우를 가진 검사들의 합수본 가세가 그래서 필요하다.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제약이 있지만 파견형식 등 운용의 묘를 살리면 못할 것도 없다. 검은 고양이(경찰)든, 흰 고양이(검찰)든 국민적 공분을 해소하는 데 활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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