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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보상 못 믿겠다” 주민 반발에…하남교산 대토보상 신청 20%도 안돼 [부동산360]
부동산| 2021-04-02 11:05
경기 하남 교산지구 개발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 하남 교산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사무실에 토지보상에 대한 주민의 불만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의 3기 신도시 토지보상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토지보상금의 시장 유입을 막기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대토보상에선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부가 속도감 있는 3기 신도시 조성을 위해 지구계획 수립에 앞서 토지수용에 나섰으나 주민 반대로 협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개발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조성을 계획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오는 7월로 예정된 사전청약부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기 조절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토보상 신청 20% 안팎…계약률 낮아질 가능성도=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하남 교산지구 대토보상 신청을 받은 결과, 19.5%의 접수율을 기록했다. 이는 대토보상 공급 대상 토지의 금액을 기준으로 한 수치로, 일부 인기 용지에 신청자가 몰린 것을 참작하면 실제 계약률은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놓은 대토보상용지가 모두 팔린다고 가정할 때 대토보상은 전체 토지보상금의 70% 수준이다. 정부는 보상 과정에서의 현실성을 고려해 전체 토지보상 중 대토보상이 차지하는 비중 목표를 50%로 잡고 있다. 그러나 저조한 접수율을 고려하면 목표치에는 턱없이 모자랄 가능성이 크다.

대토보상은 택지개발지역의 토지 소유주에게 보상금 대신 사업 시행으로 조성된 토지를 보상하는 것으로, 부동산시장 자극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LH 관계자는 “필지 규모가 적당하고 입지가 좋은 상업용지 위주로 신청이 몰리면서 대토보상 신청이 부진했다”면서 “추가 접수를 진행해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남 교산에 앞서 대토보상 신청을 마친 인천 계양의 상황도 비슷하다. 인천 계양의 대토보상 접수율은 마감일인 지난달 26일 기준 26%로 집계됐다. 현재 2차 추가접수를 진행 중이다.

업계는 지구계획 미비 등을 두고 토지주의 반발이 컸던 데다 LH 임직원의 땅 투기 사태 이후 보상 작업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기대 이하의 신청 결과가 나왔다고 보고 있다.

하남 교산지구 원주민재정착위원회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졸속 보상”이라며 “일반분양으로 비싸게 땅을 팔겠다는 ‘땅 장사꾼’ LH의 계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역교통, 용지별 용적률 등을 지구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 선호도가 낮은 용지만 배정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땅 투기 사태 여파로 3기 신도시 토지보상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현재 3기 신도시 6곳 가운데 하남 교산과 인천 계양이 토지보상을 진행 중이며 이들의 보상협의율은 50% 안팎에 불과하다. 사진은 하남 교산신도시 예정지. [연합]

▶문 걸어 잠근 토지주들=전체 토지보상 진행 상황을 보더라도 낙제점이다. 인천 계양은 이달 중순, 하남 교산은 이달 말로 협의 기간을 정해뒀지만 협의율은 각각 48%, 54%로 절반 수준이다. ‘LH 사태’ 이후 토지주의 반대 여론이 거세진 만큼 기간 내 협의 완료는 요원해 보인다.

토지주들은 지장물(건물·수목·비닐하우스 등) 조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업 주체인 LH 내부에서 보상을 노린 투기가 횡행했는데 정당한 보상이 이뤄졌는지 어떻게 믿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세보다 낮게 책정된 토지보상금에 대한 불만이 LH 사태를 도화선으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토지보상 협의를 시작하지 못한 남양주 왕숙·고양 창릉·부천 대장과 지구 지정부터 막힌 광명 시흥의 경우 토지수용이 언제 마무리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형국이다. 실제 감정평가를 두고 LH와 갈등을 겪는 남양주 왕숙지구 주민대책위원회는 LH 사태 관련 조사가 끝날 때까지 모든 절차를 중단하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LH 사태가 도화선”=전문가들은 LH 사태가 토지수용 지연의 빌미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상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문제로 협의가 쉽지 않은데 LH의 비리가 큰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토지수용을 반대하는 토지주는 버티기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고 이들은 꼬집었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지장물 조사가 안 되면 착공은 불가능하고 주민이 문을 걸어 잠그면 사실상 답이 없다”며 “3기 신도시 발표 당시부터 토지보상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LH 사태로 분위기가 악화됐다. 수용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강제 수용에 나서더라도 행정소송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공급 시기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뢰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정책을 밀고 나가야 하는 정부로선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라면서도 “공급 시기나 물량은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사전청약 일정이라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보상도 진행되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사전청약을 진행한다면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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