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데스크칼럼] 투표합시다
뉴스종합| 2021-04-06 11:22

하루 뒤면 4·7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서울과 부산 시장으로 누가 당선될지 가장 큰 관심사겠지만 필자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에 대한 관심도 크다. 오랜 정치혐오 속에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각종 선거나 자치활동이 주춤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걱정이다.

최근 진행된 재보선 사전투표에선 투표율이 20.5%를 기록했다. 재보선 사전투표 사상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투표율에 따른 후보자별 유불리를 떠나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종 투표율은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지만 절반 이상의 투표율을 기대하게 만드는 수치다.

대의민주주의가 기본적인 정치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절반이 넘는 투표율’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먼저 당선인의 대표성과 직결된다. 절반 이상이 참여한 투표에서 당선되면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 여부를 떠나 전체를 대표하는 기본적인 정당성을 갖게 된다. 투표율은 당선인 이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공약을 이행하는 힘과 직결된다. 낮은 투표율로 당선된 후보는 그만큼 공약을 이행하는 추진력도 낮다. 반면 높은 투표율로 당선된 후보는 힘 있는 공약 이행이 가능하다. 지지율에 따라 춤출 수밖에 없는 선출 권력의 속성이다.

이번 재보선 투표율은 55~60%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상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절반을 턱걸이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이 정도 투표율이라도 나오면 감지덕지라고 생각할 만한 곳도 있다. 새학기를 맞아 총학생회 구성에 나서고 있는 대학가가 그렇다. 서울대는 2년째 총학생회장을 뽑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엔 출마 등록한 후보가 없어서, 올해는 잠정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선거가 무산됐다. 고려대와 한국외대 역시 투표율 미달과 입후보자 부재로 총학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한양대는 추천인 미달로 총학생회 후보 등록도 못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선거도 예외가 아니다. 새학기를 맞아 어린이회장선거가 치러졌지만 온라인선거가 치러지면서 관심이 예전만 못했다. 선거 자체를 치르지 않은 곳도 있었고, 대안모임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는 초등학교 4학년 이상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는 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대표성도, 자치활동에 대한 관심도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그리고 각종 재보궐선거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의 위기다. 낮은 투표율은 대한민국헌법 제1조에 명시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자의 권리를 포기하는 유권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선거를 통한 정권 견제도 필요하고, 정권 안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기본소득도 필요하고, 소수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다시금 후보자들의 공약을 살펴보고 투표장으로 향해야 할 때다. 정치적 무관심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