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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주자들도 못말리는 ‘문자폭탄’ …“민심의 소리”, “에너지로 승화” [정치쫌!]
뉴스종합| 2021-04-16 08:01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당권주자 3인방. 사진 왼쪽부터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 의원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더불어민주당 강성 권리당원들의 이른바 ‘문자폭탄’ 세례와 관련, 당 지도부(비대위)는 물론 차기 당권 주자들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장파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자폭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공허한 울림’에 그치는 모습이다.

15일 민주당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송영길 의원은 ‘강성 당원들의 문자폭탄이 의정 활동에 방해가 될 정도라면 당 대표로서 제지할 수 있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자폭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저는 의원들에게 그것을 ‘개혁 에너지’로 승화시키라고 말하고 싶다”고 답했다.

물론 송 의원은 그에 앞서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서로 의견을 수렴해가는 과정, 민주적 토론과 합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결이 다르다고 그것을 마치 해당행위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행위는 당의 건강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꼬집긴 했다.

역시 당 대표 경선에 나선 홍영표 의원도 문자폭탄을 “민심의 소리”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어떻게 보면 정치인 중에 문자폭탄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 중의 하나일 것”이라면서 “(원내대표 시절) 문자가 절대로 한 목소리로만 그렇게 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냥 그것을 어떤 민심의 소리로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솔직히 좀 심하다 그러면 (문자를) 아예 안 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차기 당권 주자인 우원식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 후 강성 당원 논란에 대한 질문에 “지금 우리한테 주어진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 삶, 먹고사는 문제”라며 “민생을 해결하고 국민의 삶을 꼼꼼히 챙기는 문제를 중심에 놓고 보면 그런 문제(강성 당원)는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일부 소장파 비주류 의원들만 문자폭탄에 대한 적극적인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장파인 조응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향력이 큰 몇몇 셀럽(유명인사)들이 초선 의원 5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노출시켜 좌표를 찍고 ‘양념’을 촉구했다. 실제 문자폭탄이 또 쏟아졌다”며 “그 와중에 맷집이 약한 많은 의원들은 진저리치며 점점 입을 닫고 있다. 당이 점점 재보선 패배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의원은 임시 지도부인 비상대책위원해를 향해 “당 쇄신을 가로막는 (강성 당원들의) 폭력적 언행을 수수방관할 것이냐”고 직격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앞서 도종환 비대위원장을 향해 “폭력적으로 쇄신을 막는 행위를 좌시하지 말고, 소수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다수 당원과 뜻있는 젊은 의원들을 보호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비대위는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도 “일부 당심으로 대표되는 (강성) 의견이 너무 과다 대표되어 있다. 거기에 휘둘렸다는 점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일부 강성 당원들의 문자폭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른바 ‘좌표’가 찍혀 수백통 이상 날아오는 문자메시지에는 비난 수준을 넘어 저주에 가까운 욕설이 섞인 문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수도권의 한 비주류 중진 의원은 이들 강성 당원들을 두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깃털이 몸통을 흔드는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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