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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뷰] 금융시스템 ‘커넥티드’ 가상자산…기회·위험요인은?
뉴스종합| 2021-04-16 10:34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코인베이스 상장은 가상자산 경제에 있어 넷스케이프 사건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로서 가상자산 전문 투자업체 갤럭시디지털을 이끌고 있는 마이클 노보그라츠는 이번주 한 인터뷰에서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을 웹브라우저 기업 넷스케이프의 1996년 나스닥 입성에 비견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 때 웹브라우징 시장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인터넷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넷스케이프의 기업공개가 인터넷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것처럼 이번 상장이 가상자산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사건이 됐다는 얘기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아직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직접 증시에 진출한 것은 아니지만 이의 전문 거래소가 상장된 것만으로도 전세계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이 가시화됐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무엇보다 코인베이스 상장은 지금도 대다수가 가상자산 투자를 외면하고 있는 기관들에게 ‘게이트웨이(gateway·관문) 효과’를 제공할 것이란 분석이다. 관심은 있으나 투기성을 우려,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기관들에게 있어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해줄 수 있단 것이다. 적잖은 변동성에도 가상자산 상승에 코인베이스 수익도 연동 확대될 경우 이에 대한 경계의식은 더 누그러질 수 있단 논리다.

코인베이스를 교두보로 기관의 가상자산 투자가 확산될 경우 가상자산의 최대 취약점으로 꼽히는 변동성도 축소될 수 있고, 이는 다시 자금 유입 요인이 된다. 여기에 이달 말(29일) 예정된 미 비트코인 ETF 심사에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까지 떨어질 경우 가상자산 시장의 또 한번의 전기를 맞게 되는데, 이를 통해 외형이 커지면 기관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된다.

ETF는 거래소 주식보다 가상자산에 더 직접 투자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 내 허용이 될 경우 비트코인 투자의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될 소지가 있다.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캐나다에서 출시된 비트코인 ETF(퍼포즈 ETF)는 출시 초기 4억2100만달러(약 4700억원)였던 운용규모는 13일 현재 13억8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로 두달도 채 되지 않아 3배 이상 증가했다. 시장 규모에서 캐나다를 크게 앞서는 미 증시에서 이 ETF가 나올 경우 이보다 더 파괴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코인베이스의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이 회사의 실적이 비트코인 등의 가격에 연동될 수 밖에 없는 만큼 가상자산 변동성이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지게 된다. 현재 6만달러대인 비트코인 가격이 일각의 관측대로 40만달러까지 간다면 비트코인의 시총은 7조달러대(현 발행량 기준)로 상승, 전체 뉴욕 증시 시총의 27%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에 하나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할 경우 코인베이스 주가 뿐 아니라 시스템 내 유동성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각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과 코로나19 이후 지속되고 있는 완화적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도 가상자산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코인베이스 상장은 규제를 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최근 각국 정부는 금지가 아니라 제도화를 통한 산업 육성으로 기조가 전환됐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대표도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땐 정부가 통제력을 잃을까 불안해했지만 이후 이를 받았들였고 결과적으로 기업들에 큰 이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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