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백신 ‘느린 출발’ 유럽, 접종 속도 끌어올렸다
뉴스종합| 2021-05-10 11:41

유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캠페인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더딘 백신 접종으로 여론의 뭇매를 받았던 접종 캠페인 초기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한주동안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에서는 일평균 300만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이 투여됐다. 인구를 기준으로 값을 조정하면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의 하루 접종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뉴욕타임스(NYT)는 “EU가 길고 느린 출발 이후 백신 접종에 속도가 나고 있다”면서 “몇 달동안 백신 접종이 지지부진했던 이래 생긴 놀라운 변화”라고 전했다.

이처럼 EU의 백신 캠페인이 활기를 띠게 된 배경에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공급 차질로 촉발된 백신 부족 현상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주요했다. 앞서 EU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 1분기 기준 기존에 계약했던 백신 물량의 40% 밖에 공급하지 못한다고 밝히자, ‘역외 수출 규제’ 카드까지 꺼내들며 백신 사수에 안간힘을 써왔다.

심지어 AZ 백신 접종 후 혈전 형성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가뜩이나 더뎠던 백신 캠페인에 일시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EU는 AZ 백신 확보에 공을 들이는 대신, 지난달부터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백신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8일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2023년까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최대 18억회분을 공급받는 새로운 계약을 승인했다. EU가 이미 확보한 화이자 백신 6억회분에 추가되는 것으로,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위한 충분한 물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베이트 캄프만 런던 위생 열대 의학 대학원 백신센터 소장은 “EU에서 발생하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 추이를 살펴보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빨리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현재로선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NYT는 EU 내 백신 접종자 증가로 선진국과 빈곤국 간의 ‘백신 불평등’도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접종된 코로나19 백신의 83%가 고소득·중상위 소득 국가에 쏠려있는 반면, 아프리카의 경우에는 여전히 접종률이 1%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NYT는 전문가를 인용 “만약 바이러스가 백신에 의해서 통제되지 못한 채 세계 어느 곳에서건 기승을 부린다면 위험한 변종들이 계속 진화함으로써 결국 모든 나라를 다시 위험에 처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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