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특별기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중부일본의 잠재성
뉴스종합| 2021-05-24 12:02

‘일본’ 하면 흔히 도쿄나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등 대도시나 유명 관광지를 떠올리게 되지만 일본의 숨은 저력이라고 불릴 만한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세계 유수의 자동차기업인 도요타자동차의 본산이며, 일본 최대 제조업 집적지 중부일본 지역이다. 중부일본은 대개 일본의 혼슈(本州) 중앙에 있는 8~10개현 정도를 말하는데 이 중에서도 아이치, 기후, 미에, 후쿠이 등 주나고야총영사관 관할 4개현은 저마다 특색이 넘치고 한국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먼저 아이치현은 인구 약 755만명으로, 우리나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인구에 육박하며, 일본 전체 47개 도도부현 중 도쿄도, 오사카부, 가나가와현에 이어 4위를 차지한다. 지역 총생산량은 유럽 노르웨이와 비슷한 세계 30위권으로, 가계소득 수준도 도쿄도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자동차·항공우주·세라믹 분야 유수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지역경제를 쉼 없이 추동하고 있다.

아이치현의 제품 출하액은 1977년 이후 40년 이상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데, 이렇듯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갖춘 덕분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불황으로부터도 가장 먼저 탈출하고 있다. 중국과 북미 수출시장의 회복과 함께 자동차부품 등을 가득 실은 항공기가 연일 동해와 태평양 상공을 날면서 경기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아이치현의 지리적 요충지, 제조업 집적지로서의 중요성은 일찍이 포스코, 대한항공, 신한은행 등 상당수 우리 기업이 나고야시 등에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기후현은 일본 북알프스를 대표하는 고원산악지대로, 유구한 문화적 전통과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뜸한 상황이지만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게로온천 등 기후현을 방문하고 있다. 한국과의 교류도 활발해 오가키시는 창원시와 1995년부터 우호도시 관계를 맺고 시의회 차원에서도 한·일 양국 청소년 교류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에현은 1960~70년대 제조업 활황으로 인한 수질 악화 및 대기오염 등 문제를 민·관 협동 체제로 극복, 대표적인 환경개선 모범 사례로 꼽히는 지역이다. 이러한 전례인지 국립 미에대학의 환경 분야 교수진과 연구 성과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한국과 일본 모두 2050년 실질 탄소배출량 제로를 선언한 만큼 기후변화·환경 등 미래 공통과제에 대해 양국이 교류 협력을 모색해볼 만한 대목이다.

후쿠이현은 원자로 15기가 있는, 일본 내 최대 원전 밀집지역으로, 동해와도 인접해 우리의 안전과 관련 정책 수립에도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큰 곳이다. 현재 원자로 15기 중 7기 폐로 진행, 5기 정기 점검, 3기 가동 중인 상황으로, 노후 원전의 지속 가동 여부에 대한 각급 지자체 레벨의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중부일본은 우리나라가 포스트코로나 시대 환경위기와 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저탄소 친환경 경제정책(전기·수소차 개발 및 육성 등)을 추진하는 데 치열한 경쟁과 선택적 협력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한편으론 한류드라마, 영화, K-팝, 먹거리 등 분야에서 우리 문화가 이미 생활의 일부로 스며들어 있어 우리 기업들이 눈여겨볼 곳이기도 하다.

박선철 일본 주나고야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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