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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세가 밀고 MZ세대가 이끌고…편의점, 백화점까지 ‘눈독’ 들이는 수제맥주 [언박싱]
뉴스종합| 2021-05-28 10:30
생산량이 판매량을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귀하신 몸’이 된 수제맥주의 인기는 종량세가 밀고 MZ세대가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경기도 이천의 어메이징브루잉 공장 모습.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신소연·김빛나 기자] “저 로고 밑에 탱크들 보이시죠. 최근 생산량을 늘리려고 탱크 5개를 추가했습니다. 편의점 맥주가 워낙 인기가 많아서요.” 지난 26일 경기 이천에 있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양조장. 연산 1800t 규모의 맥주 생산능력을 갖춘 이곳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서 판매하는 수제캔맥주 ‘서울숲 수제라거’를 만드는 곳이다.

2세대 수제맥주기업으로 알려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최근 편의점 납품 캔맥주 덕분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 수제맥주시장에 뛰어든 이후 생산량이 판매량을 쫒아가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크게 늘었는데 올해 역시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1~5월)만 편의점 캔맥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

5년 새 5배 몸집 불린 수제맥주…전성기를 맞다

‘홈술족의 대표 판매채널’인 편의점을 통해 수제맥주를 납품하는 대형 수제맥주업체들이 최근 전성기를 맞았다. 제주맥주, 카브루, 플래티넘 등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자체 패키징설비를 갖춘 업체들은 편의점에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실제로 국내 수제맥주제품은 편의점에서 기존 국산·해외맥주보다 훨씬 매출신장률이 높은 제품이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이달(1~12일) 수제맥주의 매출신장률은 627.4%로, 국산맥주 71.6%, 수입맥주 5.2%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높다. GS25의 경우 500㎖ 캔맥주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2.5%(4월 말 기준)로 한 자리 숫자였던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수제맥주의 전성기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8년 600억원대에 그쳤던 수제맥주시장 규모가 지난해엔 14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오는 2024년엔 시장 규모만 3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수제맥주가 전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1.3%에 그쳤던 것이 2024년에는 6.2%까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량이 판매량을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귀하신 몸이 된 수제맥주의 인기는 종량세가 밀고 MZ세대가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경기도 이천의 어메이징브루잉 공장 모습. [이상섭 기자]

종량세가 밀고, MZ세대가 이끌고…이유 있는 수제맥주의 비상

수제맥주의 인기 원인은 뭘까. 편의점업계는 큰 틀에서 수제맥주 수요를 프리미엄 주류 수요로 인식한다. 코로나19로 홈술이 늘면서 집에서 한 잔을 마셔도 제대로 마시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한구종 GS리테일 맥주담당 상품기획자(MD)는 “맥주 한 잔을 마셔도 맛있는 프리미엄 주류를 즐기려는 트렌드에 따라 국산 수제맥주의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맥주에 대한 주세가 가격이나 도수와 무관하게 출고량 기준으로 매겨지는 ‘종량세’로 전환된 이후 가격 장벽도 낮아졌다. 수제맥주도 수입맥주처럼 ‘3캔에 9900원’ ‘4캔에 1만원’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만큼 소비자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특별한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도 적어지자 반복 구매가 이뤄지면서 수제맥주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마케팅도 한몫했다. 누적 판매량 500만캔을 달성한 CU의 ‘곰표 밀맥주’뿐만 아니라 세븐일레븐의 ‘유동골뱅이맥주’, 커피 브랜드와 협업한 GS25의 ‘비어리카노’와 같은 이색 컬래버 제품이 연이어 히트한 것.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받자 집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는 MZ(밀레니얼+Z)세대들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남건우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 선임 상품기획자(MD)는 “이색 컬래버 맥주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 트렌드와 함께 주목을 끌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량이 판매량을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귀하신 몸이 된 수제맥주의 인기는 종량세가 밀고 MZ세대가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경기도 이천의 어메이징브루잉 공장 모습. [이상섭 기자]

너도나도 뛰어드는 수제맥주…치킨·백화점·편의점까지 군침

이처럼 수제맥주의 뜨거운 인기에 유통 및 식품 대기업들도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부터 주류에 대해서도 주문자위탁생산(OEM)이 허용되면서 소규모 맥주 면허만 있으면 대기업도 자체 수제맥주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맥주의 평생 단짝인 치킨을 판매하는 교촌치킨은 최근 소형 맥주 브루어리인 ‘인덜지’를 인수하고, 가맹점 인프라를 통해 ‘치맥문화’ 소비를 빠르게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AK플라자도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와 협업해 백화점 최초로 수제맥주 ‘너에게 붓는다’를 출시했다.

수제맥주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도 직접 생산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 6일 야구를 모티브로 한 ‘최신맥주’ 상표권을 출원하고 수제맥주 브랜드 제작을 준비 중이다. GS25 역시 수제맥주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로 하고, 주류 제조사를 인수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승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이사(생산 총괄)는 “브루 펍(Brew Pub)으로 시작하다 보니 예전에는 펍 매출 위주였다”며 “지금은 코로나19로 유흥 수요는 줄어들고, 가정 채널이 급격히 팽장하면서 이제는 가정 내 수요가 메인으로 가는 등 수제맥주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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