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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시각] 쌍용차, 은성수의 침묵
뉴스종합| 2021-06-01 10:27

“거의 듣기만 하신 것으로 압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31일 국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에선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이 은 위원장에게 회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며 금융당국이 지원에 나서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는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매각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정은 좋지 않다.

우선 덜컥 인수에 나설만큼 매력적 매물이 아니다. 쌍용차는 올 1분기 매출 5329억원에 순손실 861억원을 기록했다. 순자산이 1074억원임을 감안하면, 곧 자본잠식에 들어설 수 있다는 예상이 어렵지 않다.

전기차, 수소차 등 새로운 친환경 기술이 경쟁력인 자동차업계에서 기술적 우위도 없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쌍용차 회생에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3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지속가능한 사업계획과 자금지원의 본말이 전도돼서는 쌍용차를 살릴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쌍용차 노조는 이 같은 이유로 산은 회장이 아닌, 금융위원장과의 만남을 청한 것으로 보인다. ‘기댈 곳’을 금융위로 봤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위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주무부처다. 게다가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절차상 은 위원장이 산업은행 회장의 ‘상관’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은 위원장이 좀 더 온건한 태도를 보여온 것도, 쌍용차 노조로선 어려움을 털어놓기 부담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은 위원장은 2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쌍용차에 대해 “(이동걸 산은 회장과) 살리는 방향으로 논의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살리는 방향으로 논의’와 ‘살릴 수 있다고 결론을 낸 것’은 다른 이야기다.

우선 산업은행은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을 통해 대출금 회수 가능성이 적은데도, 지원을 해주게 되면 배임이 될 수 있다. 실제 이 회장도 “먼저 사업계획서 제출이 필요하다. 잠재적 투자자가 투자 계획을 결정하고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데도 산은이 돈을 투입하면 그건 배임에 해당한다”고 전한 바 있다.

사실상 정부 자금 지원은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쌍용차가 ‘회생계획 인가 전 M&A(인수합병)’을 신청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자금 지원이 영 불가능한 이야기만도 아니다.

인가전 M&A는 채무조정과 부채상환 일정을 채권단에게 물어 회생절차를 밟는 것과 다르다. 말 그대로 회생계획 인가 전에 M&A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통상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아서 회생계획 제출이 불가능할 때 선택되는 방식이라고 한다.

법원이 일반적으로 청산보다 존속을 결정하는 비율이 높고, 인가전 M&A도 여의치 않을 경우 연명자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 입장에서 일단 회사의 ‘숨만 붙여 놓는’ 정도라면 대규모 지원에 대한 부담은 피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쌍용차는 내년 5월 대선을 앞두고 어느 새 정치 문제가 됐다. 쌍용차 노조가 은 위원장을 만난 자리도 쌍용차 공장이 위치한 경기 평택시 국회의원 사무실이다. 어쩌면 ‘지속가능한 사업계획’ 보다는 대선 전까지 일단 살리고 보는 상황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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