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데스크칼럼] 대유행 이후의 경제...ESG보다 GSE
뉴스종합| 2021-06-02 11:42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경제는 이미 대유행 이후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정상화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숙제도 산더미다. 골이 깊어진 불평등(inequality)의 해소다.

최근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을 대상으로 기업이 경제와 가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지난 25년간 경제에서 기업(business)이 차지하는 비중이 72%(2018년 기준)로 급증했다. 동시에 자본의 시대였다. 고용보다는 기술, 소프트웨어, 특허 등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다. 노동생산성은 25% 개선됐지만 임금은 11% 올랐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임금도 오르는 상관관계가 깨졌다. 자본과 기술의 시대가 됐다.

MGI는 기업을 8가지 전형(archetype)으로 재분류했다. 발견(과학적 혁신을 이끄는 기업), 기술(디지털경제를 구축한 플랫폼 등), 전문가(특화된 서비스 제공), 전달(유통·판매). 제조(제조업), 건설, 에너지, 금융 등이다. 과거엔 노동집약적인 제조와 건설이 지배적 위치였다. 그런데 1995년 65%였던 제조 비중은 2018년에는 41%로 줄었다. 그만큼 고전적인 일자리도 줄었다.

한국은 기업 매출 가운데 제조 비중이 43%로, 일본과 공동 1위다. 독일(37%)보다도 높다. 그런데 동시에 기술 비중도 15%로, 미국과 공동 1위다. OECD 평균 9%보다도 높고, 6%에 불과한 일본의 2.5배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본과 기술집약적 생산성 향상을 이뤄왔다. 달리 보면 이젠 일자리 성격이 가장 빠르게 바뀌어 간다는 의미일 수 있다. 기술·자본집약적 일자리와 그렇지 못한 일자리 간 소득 차이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술 비중이 가장 큰 미국은 상위 10% 가구가 전체 증시의 87%를 소유할 정도다. 공교롭게 21세기 들어 거대 플랫폼의 영향력이 가장 커진 곳도 한국과 미국이다. 일종의 ‘슈퍼스타 경제’다.

국가경제 전체로만 보면 우리 기업은 변화에 가장 잘 적응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른바 ‘계층 사다리’를 잃은 MZ세대의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가장 뜨거운 곳이 미국과 한국이란 점은 씁쓸한 반증이 아닐까? 내재적 사회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도 불가능하다.

당장 배분의 효율화를 고민할 때다. 기여에 대한 정확한 보상이 중요하다. 부가가치 창출에 따른 제대로 된 성과 보상이 합리화돼야 한다. 주주들에 대한 충분한 환원, 플랫폼 구축과 유지에 기여한 이용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고민할 때다. 같은 회사에 다니면 모두 같은 급여를 받고, 대기업이나 금융회사 정규직이 되면 모두 고연봉을 받는 게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 교육과 노동제도의 변화도 시급하다. ‘제조업 일꾼’에 맞춰진 교육과 근로제도로는 기술과 자본 중심의 시대에 낙오자만 양성할 뿐이다.

요즘 ESG가 유행이다. 대부분 ‘E(환경)’와 ‘S(사회)’에만 쏠린 듯하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G(지배구조)’에서 비롯된다. 마침 대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실상은 진영의 밥그릇 싸움인 낡은 이데올로기 다툼은 제발 그만하자.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생존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