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여야 잠룡의 굴욕…이준석, 단숨에 대권주자 4강 ‘기염’ [정치쫌!]
뉴스종합| 2021-06-04 12:48
지난달 30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선거에 도전하는 이준석 후보가 대권주자 반열에까지 ‘깜짝’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첫 등장에 무려 ‘4강’에 안착하는 기염을 토했다. 데뷔무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제친 데 이어, 3위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차이도 2%포인트에 그쳤다.

여야 잠룡의 ‘굴욕’인 셈이다. 게다가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뿐만 아니라 최근 대권 도전을 선언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 양승조 충남도지사, 이광재 민주당 의원,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은 조사 결과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이 후보는 올해로 만 36세다. 만 40세 미만은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3월 치러지는 대선에 출마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당권과 대권이 분리돼 있어 새로 당대표에 뽑히는 사람은 대선 경선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준석 돌풍’으로 대변되는 ‘정치교체’의 요구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4일 오전 정치권 안팎은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술렁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이 후보가 3%를 기록하며 ‘첫 등장’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후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24%), 윤석열 전 검찰총장(21%), 이낙연 전 대표(5%)에 이어 네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뒤이어 안철수(2%), 정세균·홍준표(각각 1%) 등의 순이었다. 기타는 6%, 의견 유보는 36%다.

한국갤럽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포함됐다”며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에 첫 등장한 그는 최근 국민의힘 대표 예비경선을 선두로 통과해 집중 조명됐다”고 설명했다.

제주를 방문한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4일 오전 제주시 연삼로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당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지지율 자체만 보면 이 후보는 3%에 불과하지만 여의도 안팎에서는 등장 자체가 놀랍다는 반응이 역력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는 후보명을 불러주는 객관식이 아닌, 자유응답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만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불어닥친 ‘이준석 바람’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 후보는 서울·인천·경기와 20대에서 각각 4%를 기록하며 이낙연 전 대표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서울에서 2%, 인천·경기에서 3%, 20대에서 3% 지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또 30대와 중도 성향, 무당층에서도 이 후보와 이 전 대표가 동률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30대에서 각각 5%, 중도 성향에서도 각각 5%, 무당층에서는 각각 2%의 지지율을 받았다. 다만 성별로는 남성의 4%가 이 후보를 지지한 반면, 여성은 1%가 지지하는 데 머물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그만큼 ‘이준석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 사회가 ‘새로운 인물에 대한 빈곤’이 있는 것”이라며 “4·7 재보궐선거에서 새로 등장한 20~30대를 대변할 정치인·정당이 없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 역시 “이준석에 대한 마니아층, 강력한 지지그룹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며 “‘눈덩이 효과(작은 규모에서 시작한 것이 큰 효과를 불러오는 것)’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대선에) 출마를 할 수는 없지만 야권에 강력한 대선 후보가 한 명 더 생겼다는 것 자체가 야권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야권이 지지층을 확고히 하고 외연을 확장하는 측면에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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